로또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교사 정병오씨 “로또는 왜곡된 경제·노동윤리 심어줘”

로또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교사 정병오씨 “로또는 왜곡된 경제·노동윤리 심어줘”

입력 2003-02-19 00:00
수정 2003-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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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학생들의 살아 있는 교과서입니다.때문에 아이들이 바라보는 사회는 건전해야 합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중학교 도덕교사 정병오(38)씨.정씨는 18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공동대표 金日秀·姜榮安)과 함께 로또복권사업에 참여한 정부 등을 상대로 ‘복권발행 및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서울지법에 냈다.

정씨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소송을 결심하게 됐다.“한방이면 삶이 바뀌는데 굳이 땀흘려 일할 필요가 있을까요?” 순간 정씨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13년간 아이들에게 성심성의껏 가르쳐온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

지금 교실에서는 ‘인생역전’이라는 말이 최고 인기 단어이고 ‘로또’를 모르면 왕따 취급을 당한다.중학생은 미성년자라 로또를 직접 구입할 수 없지만 한 반 평균 10여명의 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번호를 골라 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정씨는 아이들이 사행심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끼는 한편 이를 조장하는 정부를 결코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정씨는‘건강하게 땀흘려 번 돈이 정직한 돈이며 성실하게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가치관을 되찾기 위해 소송을 준비하게 됐다.정씨는 “‘로또’는 아이들에게 왜곡된 경제·노동윤리를 가르치는 반사회적·반교육적인 제도”라면서 “1명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기 위해 814만명이 허탈감과 박탈감을 느끼고 좌절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사회는 바람직한 사회일 수 없다.”라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
2003-02-1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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