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 전역을 다스린 단군조선은 없었다.기자동래설은 꾸며낸 이야기다.랴오닝(遼寧)식 동검문화를 주도한 민족은 고조선이 아니라 오랑캐족이다.”
고조선과 관련,기존 학계의 일반화된 학설을 뒤집는 책이 출간됐다.한국교원대 송호정 교수의 ‘한국 고대사 속의 고조선사’(푸른역사 펴냄).무려 600여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은 건국시기 등,오랫동안 학설이 분분했던 고조선사 관련 쟁점들을 총정리하고 있다.
학계는 물론이고 역사에 관심이 많은 일반 독자들에게 책은 묵직한 의미로 다가갈 듯하다.남만주 일대의 고고학 자료와 한반도 서북지방의 청동기∼철기시대 고고학 자료를 최초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내용은 철저한 분석과 비판적인 시각으로 일관한다.무엇보다,단군신화의 실재성을 믿어 고조선의 성립시기를 올려잡고,영토 또한 광범했다고 주장하는 기존의 학설에 정면으로 맞선다.우선 기자동래설은 꾸며낸 이야기라는 것.기자조선의 나라였다는 중국 요하 서쪽의 고죽국(孤竹國)이나 기국(箕國) 등이 모두 중국 연(燕)의 관할하에 있던 상(商)족의 후예들이 거주한 국가였으며,그 국가들은 유목민족 계통의 소국이었다는 주장이다.중국 랴오닝성(遼寧省) 지역에 있는 비파형(요령식) 동검문화를 분석하고 지역적 특성과 주민집단을 고증한 결과다.결국 기자동래설은 기자가 활동한 기원전 10세기 이전이 아니라,한대(漢代) 이후 한나라 역사가들이 꾸며낸 이야기라는 반론을 조목조목 제시한다.지은이는 “요서지역에서 발견된 ‘기후(箕侯)’라고 쓰인 청동그릇은 오랑캐족 사회에 상나라 유민들이 살았다는 증거에 불과하다.”면서 “요하 서쪽의 초기 청동기 문화를 기원전 2000년대까지 연대를 높여잡고 그것을 단군조선의 문화로 보는 학설은 허구”라고 결론짓는다.
이밖의 핵심주장들도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을 만하다.북방식 고인돌의 분포지가 고조선의 세력권이라는 주장,요령식 동검보다는 한국식 동검을 고조선 문화로 봐야 한다는 주장,고조선이 삼국사회의 모태가 되었으나 두 사회의 지배체제는 엄연히 달랐다는 주장 등이 그들이다.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고대사와 역사고고학을 전공한 지은이는 ‘삼국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유네스코가 보호하는 우리 문화유산 열두가지’ 등을 펴냈다.3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
고조선과 관련,기존 학계의 일반화된 학설을 뒤집는 책이 출간됐다.한국교원대 송호정 교수의 ‘한국 고대사 속의 고조선사’(푸른역사 펴냄).무려 600여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은 건국시기 등,오랫동안 학설이 분분했던 고조선사 관련 쟁점들을 총정리하고 있다.
학계는 물론이고 역사에 관심이 많은 일반 독자들에게 책은 묵직한 의미로 다가갈 듯하다.남만주 일대의 고고학 자료와 한반도 서북지방의 청동기∼철기시대 고고학 자료를 최초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내용은 철저한 분석과 비판적인 시각으로 일관한다.무엇보다,단군신화의 실재성을 믿어 고조선의 성립시기를 올려잡고,영토 또한 광범했다고 주장하는 기존의 학설에 정면으로 맞선다.우선 기자동래설은 꾸며낸 이야기라는 것.기자조선의 나라였다는 중국 요하 서쪽의 고죽국(孤竹國)이나 기국(箕國) 등이 모두 중국 연(燕)의 관할하에 있던 상(商)족의 후예들이 거주한 국가였으며,그 국가들은 유목민족 계통의 소국이었다는 주장이다.중국 랴오닝성(遼寧省) 지역에 있는 비파형(요령식) 동검문화를 분석하고 지역적 특성과 주민집단을 고증한 결과다.결국 기자동래설은 기자가 활동한 기원전 10세기 이전이 아니라,한대(漢代) 이후 한나라 역사가들이 꾸며낸 이야기라는 반론을 조목조목 제시한다.지은이는 “요서지역에서 발견된 ‘기후(箕侯)’라고 쓰인 청동그릇은 오랑캐족 사회에 상나라 유민들이 살았다는 증거에 불과하다.”면서 “요하 서쪽의 초기 청동기 문화를 기원전 2000년대까지 연대를 높여잡고 그것을 단군조선의 문화로 보는 학설은 허구”라고 결론짓는다.
이밖의 핵심주장들도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을 만하다.북방식 고인돌의 분포지가 고조선의 세력권이라는 주장,요령식 동검보다는 한국식 동검을 고조선 문화로 봐야 한다는 주장,고조선이 삼국사회의 모태가 되었으나 두 사회의 지배체제는 엄연히 달랐다는 주장 등이 그들이다.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고대사와 역사고고학을 전공한 지은이는 ‘삼국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유네스코가 보호하는 우리 문화유산 열두가지’ 등을 펴냈다.3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
2003-02-1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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