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 토끼야/“친구들의 토끼털 귀마개 부러워요”

잘 가, 토끼야/“친구들의 토끼털 귀마개 부러워요”

입력 2003-02-07 00:00
수정 2003-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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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권 글 / 이태수 그림 창작과 비평사 펴냄

여섯,아니 일곱살쯤 됐을까.엄마랑 단둘이 사는 산골소년 시우에게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건 친구들의 토끼털 귀마개.하지만 어쩌나.토끼를 잡아줄 아빠도,형도 없는데.풀죽은 시우에게 토끼털 귀마개가 얼마나 간절했던지,산토끼를 잡는 꿈까지 꾼다.

창작과 비평사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어린이 그림책 ‘잘 가,토끼야’(이상권 글,이태수 그림)의 도입부다.고개를 떨군 채 담벼락에 붙어선 어린 주인공의 모습이 아무래도 측은해 뵌다.그런데 다음 순간,분위기는 뒤집힌다.마당 가득 흰눈이 쌓인 날 아침.산속에서 우연히 산토끼 발자국을 발견한 시우는 덫을 놓고 내려오는데….

시우,엄마,산토끼 한마리.시골집 툇마루,눈덮인 겨울산 등을 배경으로 단촐한 캐릭터들이 엮는 담백한 이야기 구도가 집중력을 끌어올린다.손수 덫을 만들어 놓는 시우의 익살은,이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토끼와의 신경전에서 팽팽한 긴장감으로 바뀐다.숨바꼭질하듯 쫓고 쫓기는 둘의 대립은 어떤 모양으로 매듭이 지어질까.시우의 손에 토끼가 잡힐까,아니면 둘이 극적으로 화해를 할까.

현장 스케치를 거쳐 공들인 세밀화가 주인공의 감정변화와 주변 분위기를 훌륭하게 묘사했다.

책은 모두가 행복해지는,틀에 박힌 해피엔딩을 비켜갔다.흰눈이 펑펑 내리던 날,토끼의 돌무덤 앞에 선 시우와 엄마의 모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이러려고 했던 게 아니었는데…’ 시우의 눈망울에도 틀림없이 눈물이 솟구치고 있을 것이다.8000원.



황수정기자
2003-02-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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