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공간] 노무현정부는 녹색색맹

[녹색공간] 노무현정부는 녹색색맹

조명래 기자 기자
입력 2003-02-03 00:00
수정 2003-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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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정부 진보엔 긴장만 있을뿐 진정한 진보는 녹색 띠어야

어느 정치평론가는 노무현씨의 대통령 당선을 우리의 보수적인 사회구조의 변화를 희구하는 신세대의 정치욕구에 화답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5공 청산,3김 정치의 거부,노동 및 인권운동 등과 관련하여 보여 준 그의 정치적 행보가 변혁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 것이랄까.그의 선거공약은 온건한 진보주의 색깔을 띠었고,대통령직 인수위가 발표한 국정과제들도 ‘진보’를 핵심어로 하고 있다.가령,공정한 시장질서,지방분권,참여복지,양성평등,국민참여 등은 성장보다 분배와 형평성을 강조하는 진보적 색깔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의 진보주의는 긴장을 담고 있다.이를테면 동북아중심국건설,지방균형발전과 같은 그의 핵심 국정과제는 시장적 질서와 성장주의 정책기제에 과도히 의존하고 있으며,그래서 친자본적 세력과 타협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신자유주의에 발목잡힌 ‘국민의 정부’의 개혁이 불구로 끝난 것과 같은 운명의 그림자가 노무현 정부에도 드리워져 있는 것 같다.

노무현 정부의 전망을 회의적으로 만드는 보다 근본적인 것은 그의 진보주의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점이다.세계적으로 진보색을 띤 정치세력들은 인간간의 형평성을 넘어 인간과 자연간의 호혜성을 복원하는 데서 진정한 진보의 의미를 찾고 있다.

유럽에서 진보를 표방하는 사회당이나 녹색당 정부들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강조하는 생태주의 관점에 의거해 도시계획으로부터 에너지정책,거시경제정책,대외교역정책을 바꾸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와 견줄 때,노 당선자의 진보주의는 녹색에 대해 색맹이다.후보 시절에는 물론 당선 후 인수위 구성이나 주요 국정과제 선정에서도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배려하지 못하고 있다.이러다 보니 현안인 주요 국책사업의 추진 여부에 대한 결정이나 효율적인 환경 행정을 위한 정부조직 개편 등과 같은 개혁 과제들은 모두 뒷전으로 물러나 있다.시민단체들은 환경적 측면에서 차기정부의 반개혁성을 벌써부터 소리 높여 부르짖고 있다.

그간 성장의 엔진을 숨돌릴 겨를 없이 돌려 온 결과,우리의 국토환경은 파괴 될 대로 파괴되어 이에 대한 환경주의자들의 저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우리사회의 이념적 대립이 사람 중심의 편익을 추구하는 성장주의자와 생태적 호혜성을 우선하는 보전주의자 사이로 설정되는 것은 우연한 게 아니다.문제는 이 대립국면에서 성장주의자들이 늘 판정승을 거둠으로써 사회발전의 지속가능성이 갈수록 위협받고 있는 점이다.

오늘날 발전의 패러다임은 이른바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것으로 옮겨가고 있으며,진보는 인간과 자연이 조화되는 발전으로 인식되고 있다.진정한 진보는 녹색을 띠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녹색진보주의는 녹색으로 표방되는 생명·평등·호혜의 원칙이 인간과 인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인간-자연의 관계까지 확장되어 실현되는 것을 지향하는 이념과 실천을 말한다.

국정운영에 녹색진보주의가 스며들 때,국책사업에서 자연과 생명의 가치가 우선할 것이고,환경적 용량에 걸맞은 지방의 분권적 발전이 모색될 것이며,환경적 가치를 존중하는 시장거래 질서가 자리잡게 될 것이다.

녹색진보주의는 남북의 이념적 분단마저 녹여내 한민족 공동체를 복원하는 기틀이 될 수 있다.

조 명 래
2003-02-0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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