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겨울 모로코 여행에서 알게 된 중국계 미국인 남자와 얼마 전 인터넷 메신저로 안부를 주고받다 컴퓨터 앞에서 혼자 웃은 적이 있다.켄터키주에서 대학교수로 있는 그는 초등학교까지 대구에서 자란 화교 출신으로,한국인인 할머니를 비롯해 친척들이 아직 서울에 살고 있다고 했다.
방학 때마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는 것이 취미임에도,정작 한국에 와본 지는 거의 20년이 다 돼간다고 하기에 이유를 물으니 대답인즉 이랬다.“내가 아직 싱글인 것에 대해 친척들 걱정이 아주 크다.한국에 가면 할머니와 숙모들이 맞선을 보라고 성화를 부릴 텐데 도저히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올해 우리 나이로 35살인 그가 이곳에 와서 겪게 될 상황들이 비디오를 보듯 너무나 확연히 머리에 그려져 씁쓸하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남들이 말하는 ‘결혼 적령기’를 넘긴 남녀에게 한국만큼 살기 피곤한 나라가 또 있을까.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꼈든,아직 제 짝을 찾지 못했든 일단 노처녀·노총각 딱지가 붙고 나면 주위의 지나친 관심 탓에 한없이 고달퍼진다.물론 옆에서 지켜보기 안타까운 마음에 배려 차원에서 쏟는 관심이 대부분이겠으나,때로 도가 지나쳐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면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30대 초반의 한 미혼 여성은 직장 남자 동료들이 “휴일에 뭐하고 지내냐.”고 놀리듯 물을 때마다 울화가 치민다고 했다.딱히 할 말이 없어 “잠잔다.”라고 대답하면 ‘데이트라도 해야지 어쩌려고…’라는 질책이 쏟아져 민망하기 이를 데 없다는 것이다.그럴 때마다 “‘그러는 당신은 휴일에 뭐 대단한 일이라도 하느냐.’고 되묻고 싶어지는 걸 간신히 참는다.”며 분개했다.순수하게 동료의 취미 생활이 궁금해서라기보다 결혼 안한 나이든 여자,혹은 남자의 일상에 대한 호기심은 지나친 사생활 간섭일 수밖에 없다.
그런가 하면 30대 후반의 한 남성은 아직 결혼을 못한 데 대해 주위에서 ‘눈이 너무 높아서’라며 싸잡아 핀잔을 줄 때마다 말문이 막힌다고 하소연했다.한창 일에 매달리다 보니 때를 놓쳤고,막상 짝을 찾으려니 마음 맞는 상대가 쉽게 나타나지 않을 뿐인데,마치 자신을까다로운 ‘신부 감별사’라도 되는 양 취급한다면서 억울해했다.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시장에서 물건을 고르는 것도 아닌 바에야 평생의 반려를 맞이하는 일을 두고 옆에서 눈이 높다느니,낮다느니 훈수를 하는 일은 당사자가 듣기에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성을 전환한 여성 가수가 당당히 자신을 드러내고 대중도 큰 거부감없이 이를 받아들일 만큼 우리 사회는 외형상 개방적으로 변했다.그러나 정작 우리 주변 보통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에는 여전히 지나치게 민감한 것이 아닐까.노처녀·노총각이든 독신이든 자신이 갖고 있는 상식의 잣대로 이들을 멋대로 재단하고 끼워맞추려 애쓰지 않는지 한번쯤 되새겨볼 일이다.
이순녀기자
방학 때마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는 것이 취미임에도,정작 한국에 와본 지는 거의 20년이 다 돼간다고 하기에 이유를 물으니 대답인즉 이랬다.“내가 아직 싱글인 것에 대해 친척들 걱정이 아주 크다.한국에 가면 할머니와 숙모들이 맞선을 보라고 성화를 부릴 텐데 도저히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올해 우리 나이로 35살인 그가 이곳에 와서 겪게 될 상황들이 비디오를 보듯 너무나 확연히 머리에 그려져 씁쓸하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남들이 말하는 ‘결혼 적령기’를 넘긴 남녀에게 한국만큼 살기 피곤한 나라가 또 있을까.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꼈든,아직 제 짝을 찾지 못했든 일단 노처녀·노총각 딱지가 붙고 나면 주위의 지나친 관심 탓에 한없이 고달퍼진다.물론 옆에서 지켜보기 안타까운 마음에 배려 차원에서 쏟는 관심이 대부분이겠으나,때로 도가 지나쳐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면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30대 초반의 한 미혼 여성은 직장 남자 동료들이 “휴일에 뭐하고 지내냐.”고 놀리듯 물을 때마다 울화가 치민다고 했다.딱히 할 말이 없어 “잠잔다.”라고 대답하면 ‘데이트라도 해야지 어쩌려고…’라는 질책이 쏟아져 민망하기 이를 데 없다는 것이다.그럴 때마다 “‘그러는 당신은 휴일에 뭐 대단한 일이라도 하느냐.’고 되묻고 싶어지는 걸 간신히 참는다.”며 분개했다.순수하게 동료의 취미 생활이 궁금해서라기보다 결혼 안한 나이든 여자,혹은 남자의 일상에 대한 호기심은 지나친 사생활 간섭일 수밖에 없다.
그런가 하면 30대 후반의 한 남성은 아직 결혼을 못한 데 대해 주위에서 ‘눈이 너무 높아서’라며 싸잡아 핀잔을 줄 때마다 말문이 막힌다고 하소연했다.한창 일에 매달리다 보니 때를 놓쳤고,막상 짝을 찾으려니 마음 맞는 상대가 쉽게 나타나지 않을 뿐인데,마치 자신을까다로운 ‘신부 감별사’라도 되는 양 취급한다면서 억울해했다.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시장에서 물건을 고르는 것도 아닌 바에야 평생의 반려를 맞이하는 일을 두고 옆에서 눈이 높다느니,낮다느니 훈수를 하는 일은 당사자가 듣기에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성을 전환한 여성 가수가 당당히 자신을 드러내고 대중도 큰 거부감없이 이를 받아들일 만큼 우리 사회는 외형상 개방적으로 변했다.그러나 정작 우리 주변 보통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에는 여전히 지나치게 민감한 것이 아닐까.노처녀·노총각이든 독신이든 자신이 갖고 있는 상식의 잣대로 이들을 멋대로 재단하고 끼워맞추려 애쓰지 않는지 한번쯤 되새겨볼 일이다.
이순녀기자
2003-01-2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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