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개혁, 불안해할 이유없다

[열린세상]개혁, 불안해할 이유없다

이필상 기자 기자
입력 2003-01-20 00:00
수정 2003-01-20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노무현 정부의 재벌,노동 정책이 윤곽을 드러내자 재계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새 정부는 투명 공정한 시장 경제 발전을 위해 상속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증권관련 집단소송제,금융회사 계열분리청구제 등 강도 높은 재벌 개혁 정책을 펼 예정이다.또 근로자들의 의욕 고취와 처우개선을 위해 주5일 근무제,비정규직 근로자 보호,사회보험확대 등 개혁적인 노동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이에 대해 재계는 경제 개혁은 시장과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하며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거꾸로 국민 경제에 폐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새 정부의 개혁 정책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개혁의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경제가 어려운 것을 고려하면 새 정부의 정책이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이러한 불안은 개혁을 잘못 이해하는 데서 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개혁은 기존의 잘못을 과감하게 뜯어 고쳐 구성원 전체에 이익이 되는 변화를 의미한다.따라서 개혁이 올바르게 추진된다면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다만 부당하게 기득권을 누려왔던 측에서는 불안감을 가질 수 있으나 이는 당연히 부담해야 하는 불안이다.

실제 개혁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추진 방법이다.경제개혁은 경제주체 모두에게 새로운 희망을 줘야 한다.그렇지 않을 경우 개혁은 파괴로 변질되어 엄청난 불안과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올바른 방법으로 재벌개혁이 추진된다면 불합리한 족벌경영,불법세습,부당내부거래,문어발식 확장 등 고질적 병폐가 사라지고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 질서가 확립된다.이렇게 되면 우리 경제는 세계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고 대기업,중소기업,벤처기업들이 건전한 유기적 발전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여기서 노동 시장의 구조적 결함을 개혁하여 직업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자기 개발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면 근로자들의 의욕이 고취되어 기업성장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반면 경제개혁정책이 부실하게 추진될 경우 부작용은 보통 큰 것이 아니다.대기업들에 성장의 기회를 박탈하고 과도한 세금,소송남발,자금지원 제한,노사분규,고임금 등의 고통을 준다면 투자 의욕과 성장 잠재력을 잃을 수 있다.더구나 대기업들이 생산거점과 본사를 해외로 옮기고 다른 나라에서 투자를 할 경우 산업공동화와 대량실업이라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실로 개혁은 잘못 추진할 경우 경제를 파괴하는 심각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면 새정부가 경제 개혁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정부는 경제 개혁에 대한 기본 철학과 목표를 확실히 하고 현실적으로 추진 가능한 단계적 방법을 내놓아야 한다.다음 국민의 공론에 부쳐 공감대를 형성한 후 이를 바탕으로 재벌 기업 등 개혁 당사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이어 필요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순수 경제 논리에 따라 과감하게 실천에 옮겨야 한다.정부가 힘을 과시하며 개혁의 칼을 함부로 휘두를 경우 개혁을 망치고 경제만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정부는 한 곳의 이익을 빼앗아 다른 곳에 넘겨주는 제로섬 게임의 개혁을 해서는 안된다.개혁 후에 모든 주체들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플러스 게임이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이런 견지에서 정부는 새로운 산업발전의 비전을 제시하고 모든 기업들에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재계는 개혁이 자신들도 살고 경제도 살기 위한 불가피한 과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그리고 스스로 합리적인 개혁 방안을 제시하고 성장의 동력을 찾는 적극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기득권에 안주하고자 개혁에 반발할 경우 정부와 힘의 충돌은 불가피하며 이때 양자 모두 패자가 된다.

특히 개혁을 막기 위해 불안을 과장하거나 투자 거부 등 경제를 인질로 삼는 행위를 한다면 이는 불행을 자초하는 것이다.국민들도 막연한 불안감을 씻고 개혁에 나서는 성숙한 경제 주체가 되어야 한다.기업과 국민이 함께 추진할 경우 개혁은 불안과 공포가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여는 축제가 될 수 있다.실로 개혁의 참뜻을 다시 새기고 지혜와 힘을 모을 때이다.

이 필 상
2003-01-20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