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빚없는 소수 정권

[열린세상]빚없는 소수 정권

서동만 기자 기자
입력 2002-12-21 00:00
수정 2002-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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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세상이 뒤바뀌고 있음을 실감케 하는 역사적 사건이다.다시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긴 것이다.믿을 수 없었던(unbelievable) 단일화의 성공,그것을 뒤집는 단일화의 파괴,또 다시 이를 뒤집는 노무현 후보의 승리.선거직전 정몽준씨의 기습적인 배반은 단일 후보의 근거를 뒤흔들었다.그가 단일화 경선에서 보여준 깨끗한 패배 인정 모습은 새로운 정치의 개시를 상징하는 듯했다.정몽준씨가 이를 부정해서 무엇을 얻으려 했는지 아직 확실치 않지만 세계 정치사상에 남는 가장 저질적인 배신이었다.이회창 후보는 이를역사적인 결단이라고 평가했다.노무현 후보가 패배했다면 이는 바로 새로운정치의 좌절을 뜻하였다.국민들은 노무현 후보를 선택함으로써 정치개혁이뒷걸음칠 뻔한 흐름을 뒤돌려 놓았다.

정몽준씨는 지난 6월 붉은 악마의 거대한 함성을 철저히 농락했다.자신이대표한 한국 사회의 흐름,자신을 대통령 후보로까지 만들어 낸 힘에 정면으로 등을 돌렸다.붉은 악마가 내걸었던 ‘Again 1966’은 북에 보내는 남북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의메시지였다.정몽준씨는 지지 철회 이유로 미국과 북한이 싸우면 말리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노무현 후보의 발언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이는 선박 나포사건이나 북한 핵 위기를 의식한 냉전적 선택이다.여중생 사망 사건을 계기로 표출된 전 국민의 분노까지 망각한 것이었다.국민들은 탈냉전을 향한 시대적 요구가 왜곡될 뻔한 아찔한 순간도 극복하였다.

노무현 후보의 승리는 정치개혁과 이를 토대로 한 한반도 평화의 실현에 대한 전 국민의 염원을 나타내고 있다.이미 선거 과정 자체가 낡은 정치와 새로운 정치의 대결이었다.돈 선거 대 자발적 운동원이 중심이 되는 선거,거대 언론 대 인터넷 매체,대중동원 대 TV토론,광고 등 미디어 선거 등이 그것이다.선거에서 위력을 보인 새로운 정치문화는 이제 기존 정당을 무너뜨리고새로운 구조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이미 선거 막바지에서 노무현 후보는 정치개혁을 선언하고 민주당을 재창당할 뜻을 밝혔다.그에게는 당선되자마자 도전해야 할 과제가 이미 주어져 있는 것이다.아직뿌리깊게 남아 있는 지역 감정도 결코 쉽지 않은 숙제이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는 북한 핵문제가 새로운 위기로 치달을지도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 조성되었다.당선자는 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할 뿐 아니라 근본적 해결책을 가지고 북·미 관계에 임해야 한다.또 전 국민이 제기한 SOFA 문제는 탈냉전시대에 적합한 한·미 관계 수립을 상징하고 있다.두 가지 모두 당선자가 당장 직면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다.하지만 국민들은 외부로부터 닥치는 안보 위기에 동요하지 않고 의연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선거에서 보여준 평화에 대한 의지,국가의 자존심에 대한 요구는당선자에게는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든든한 배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당선자는 박빙의 차이로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두었다.국회 의석은 물론 지방자치체,지방의회 등에서도 김대중 정부에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열세에 있다.한국 정치사상 가장 약체인 소수정권으로 출발해야 한다.국민 경선부터선거 마지막 날까지 그의 승리는 기적이라고밖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는 고난의 연속이었다.당선자는 국민의 지지 외에는 기댈 곳이 없었고 당내 계파나 외부의 정치 자금 지원 등에 빚을 지고 있지 않다.이는 앞으로 개혁 과정에서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귀중한 자산이다.이에 못지 않게 정몽준씨의 이탈은 당선자에게 큰짐을 덜어주었다.노무현 당선자는 자민련과 연립한 김대중 정권보다 소수정권이지만 그와 달리 단독정권이다.당선자는 과거 어떠한 정부보다도 어려운 통치과제를 안고 있지만 어떠한 정부도 갖지못한 강력한 자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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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만 상지대 교수 정치학
2002-12-2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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