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 통합교과 문제에 약해

재학생, 통합교과 문제에 약해

입력 2002-12-06 00:00
수정 2002-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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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능에서 재수생의 강세가 어느 해보다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나자 상당수 고 3학생과 학부모들이 너도나도 재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재수만 하면 20∼30점은 거뜬히 오를 것 같은 ‘재수 만능론’이 수험생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고교 4년제’ ‘재수 필수시대’라는 자조섞인 표현마저 거리낌없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사설 입시학원 관계자조차 기본적으로 성적 우수자가 많은 재수생과 재학생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이며,모든 재수생의 성적이 수직 상승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뚜렷한 소신을 바탕으로 한 ‘자발적·선택적’ 재수가 아닌,무작정 점수 향상만을 노린 재수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조언에귀를 기울여야 한다.

◆재수생 강세,99학년도 이후부터

수능이 처음 도입된 94학년도부터 98학년도까지는 재학생이 오히려 재수생보다 성적이 높았다.97학년도에는 재학생과 재수생의 성적 차이가 무려 11.7점에 달했다.반복학습 효과를 노리는 재수가 성적향상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결과는 단순암기식 문제풀이에서 벗어나 통합교과적인 사고력을 측정하겠다던 교육당국의 수능 도입 취지가 초기에는 제대로 반영됐음을 입증한 것이다.

그러나 99학년도부터 재수생이 재학생의 성적을 추월하기 시작했고,이후 해가 갈수록 재수생과 재학생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됐다.서울 강남의 K고 K교감은 “교육부가 공교육 정상화를 이유로 99년부터 모의고사를 폐지하는등 학교에 각종 제재를 가하면서 재학생들의 학력저하가 표면화됐다.”고 말했다.세칭 ‘이해찬 1·2세대’로 불리는 2002학년도와 2003학년도 입시에서 재수생의 강세가 유독 심했던 것은 이같은 지적을 뒷받침한다.

◆재학생 눈높이 못 맞추는 난이도

매년 되풀이되는 난이도 실패 논란도 재수생을 양산하는 한 원인으로 꼽힌다.난이도가 해마다 들쭉날쭉하다 보니 자신의 실력이 아니라 예측불가능한난이도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여기는 수험생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재수에 뛰어드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난이도 조절을 위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 수능에서 난이도 수준을 측정하고 수능문제를 전담하는 상시기구를 뒀다.출제위원에 현장경험이 풍부한고교 교사 32명을 참여시켜 재학생들의 수준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신경을 썼다.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이번 수능에서도 난이도 논란은 여지없이 불거졌다.

수능 역사가 10년으로 접어들면서 문제 유형의 고갈로 교과서 밖 지문이 늘어나는 현상은 재학생들에게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서울 D여고 진학담당 J교사는 “과거 수능이 교과서 위주로 출제됐을 땐 재수생과 재학생의 차이가 별로 크지 않았다.”면서 “시험이 어려울수록 재수생이 강세를 보이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현실 무시한 교육정책이 재수생 양산

사설 입시기관인 고려학력평가연구소의 유병화 실장은 재수생 강세의 가장큰 원인을 “학교와 학원의 학습법 차이”라고 잘라말했다.입시학원은 재수생의 실력과 요구에 맞게 골라 가르치는 ‘맞춤식 학습’인데 반해 학교는 1등부터 꼴찌까지 한반에 몰아넣고 수업하는 ‘하향평준화’ 학습이라는 지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수능이 창의력과 독창성을 앞세운 통합교과적인 문제를 지나치게강조하는 점도 재학생들에겐 오히려 큰 부담이다.학교에서 통합교과적인 수업이 불가능한데 시험 문제만 이같은 방식을 고집한다면 재학생이 재수생보다 불리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 일선교사들의 주장이다.

서울대 교육학과 윤정일 교수는 “재수생 양산을 막고,공교육이 정상화하려면 무엇보다 학교 면학 풍토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학교가학생들의 학력저하를 방치하는 현행 교육정책 아래서는 재수생 강세를 막을도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모의고사·보충수업 없애고,특기적성을 살리는 쪽으로 교육하자는 당국의 교육 정책은 겉보기에는 그럴 듯하나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현실과 이상의괴리에서 학생과 학부모들만 고통을 당하고 있다.”

한 고교 교사의 절박한 토로는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 교육의 현실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
2002-12-0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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