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졸업한 선배가 아직까지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선배는 인문계에 비해 취업의 문이 넓다는 이공계를 졸업했고 나이도 아직 젊다.토익 점수도 나쁘지 않았고,대학 성적도 평균 이상이었다.
하지만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 “취직하면 크게 한턱 내겠다.”고 말한 선배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 지 오래다.최근학교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도 선배는 취업에 필요한 학사 서류를 준비하고 있었다.“요즘 1년 정도 취업을 하지 못하는 것은 별 것 아니다.”며 애써웃음짓는 선배가 안쓰럽게 느껴졌다.문득 “나도 졸업하면 비슷한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당혹감이 밀려왔다.
어떤 친구들은 “대학 시절에는 ‘점수’에 연연하지 않고 젊음과 학문의자유를 만끽하겠다.”고 호기를 부리지만 매학기 성적표를 받아볼 때는 표정이 어두워진다.학업에 충실하고 공부를 열심히 한 선배들도 취업을 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면,나 자신도 ‘먹고 살’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게솔직한 심정이다.
1학년 때부터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고,밤낮으로 어학원에 다니며 영어를배우는 모습도 캠퍼스에서는 이미 낯선 풍경이 아니다.
지난 97년 환란사태 이후 언론에서는 앞다퉈 ‘저주받은 97학번’이라며 경기침체기의 취업대란을 우려했다.그리고 연말이면 어김없이 시사 주간지 표지를 허탈한 표정으로 담배를 물고 있는 청년 실업자의 일그러진 얼굴이 장식했다.
하지만 예고된 청년 실업문제를 해소할 명쾌한 대책은 지금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대학 졸업생이 취업대란을 겪는 현실에서 “잘못된 교육정책이 대학을 취업 양성소로 전락시켰다.”거나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는 입시위주의 교육정책이 문제다.”라고 비판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취업문제를 해결해야 교육개혁도 가능한 것이다.
다음달 19일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청년실업 해결 공약도 설득력이 떨어진다.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후보와 노무현(盧武鉉) 민주당 후보는 모두 앞으로 5년간 2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청년실업의 고통을 해소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은 찾아보기 힘들다.고작 “산학 연계활동을 지원하겠다.”“효율적인 진로지도가 이뤄지도록 하겠다.”“생산과교육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등의 구호성 공약만 난무하고 있다.
최근 친구들끼리 “졸업하고 뭐 할 거니.”라는 질문을 자주 주고 받는다.막막한 앞날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덜어 보려는 심산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신문에서는 항상 “취업의 전진기지로 전락한 대학의 현실을 대학인 스스로 바꾸자.”고 역설하지만,졸업이 가까워질수록 취업에 대한 두려움은 커져만 간다.
대학 시절 원대한 포부와 꿈을 키우지는 못할망정 취업 걱정에 매달리는 소시민의 생활에 너무 일찍 젖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감상은 어쩌면 사치일지 모른다.사정이 그러니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선뜻 “소신과적성에 따라 학교와 학과를 선택하라.”고 충고하지도 못한다.
청년 실업 문제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대학생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주역이라는 점에서,청년 실업으로 인한 모순과 문제점은 바로 미래의 자화상일 수 있다.나라를 책임지겠다는 대선 후보들이 정교하고 총체적인 청년실업 극복 프로그램을 제시하기를 기대해 본다.
변 휘 한양대신문사 편집장
하지만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 “취직하면 크게 한턱 내겠다.”고 말한 선배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 지 오래다.최근학교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도 선배는 취업에 필요한 학사 서류를 준비하고 있었다.“요즘 1년 정도 취업을 하지 못하는 것은 별 것 아니다.”며 애써웃음짓는 선배가 안쓰럽게 느껴졌다.문득 “나도 졸업하면 비슷한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당혹감이 밀려왔다.
어떤 친구들은 “대학 시절에는 ‘점수’에 연연하지 않고 젊음과 학문의자유를 만끽하겠다.”고 호기를 부리지만 매학기 성적표를 받아볼 때는 표정이 어두워진다.학업에 충실하고 공부를 열심히 한 선배들도 취업을 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면,나 자신도 ‘먹고 살’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게솔직한 심정이다.
1학년 때부터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고,밤낮으로 어학원에 다니며 영어를배우는 모습도 캠퍼스에서는 이미 낯선 풍경이 아니다.
지난 97년 환란사태 이후 언론에서는 앞다퉈 ‘저주받은 97학번’이라며 경기침체기의 취업대란을 우려했다.그리고 연말이면 어김없이 시사 주간지 표지를 허탈한 표정으로 담배를 물고 있는 청년 실업자의 일그러진 얼굴이 장식했다.
하지만 예고된 청년 실업문제를 해소할 명쾌한 대책은 지금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대학 졸업생이 취업대란을 겪는 현실에서 “잘못된 교육정책이 대학을 취업 양성소로 전락시켰다.”거나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는 입시위주의 교육정책이 문제다.”라고 비판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취업문제를 해결해야 교육개혁도 가능한 것이다.
다음달 19일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청년실업 해결 공약도 설득력이 떨어진다.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후보와 노무현(盧武鉉) 민주당 후보는 모두 앞으로 5년간 2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청년실업의 고통을 해소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은 찾아보기 힘들다.고작 “산학 연계활동을 지원하겠다.”“효율적인 진로지도가 이뤄지도록 하겠다.”“생산과교육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등의 구호성 공약만 난무하고 있다.
최근 친구들끼리 “졸업하고 뭐 할 거니.”라는 질문을 자주 주고 받는다.막막한 앞날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덜어 보려는 심산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신문에서는 항상 “취업의 전진기지로 전락한 대학의 현실을 대학인 스스로 바꾸자.”고 역설하지만,졸업이 가까워질수록 취업에 대한 두려움은 커져만 간다.
대학 시절 원대한 포부와 꿈을 키우지는 못할망정 취업 걱정에 매달리는 소시민의 생활에 너무 일찍 젖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감상은 어쩌면 사치일지 모른다.사정이 그러니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선뜻 “소신과적성에 따라 학교와 학과를 선택하라.”고 충고하지도 못한다.
청년 실업 문제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대학생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주역이라는 점에서,청년 실업으로 인한 모순과 문제점은 바로 미래의 자화상일 수 있다.나라를 책임지겠다는 대선 후보들이 정교하고 총체적인 청년실업 극복 프로그램을 제시하기를 기대해 본다.
변 휘 한양대신문사 편집장
2002-11-30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