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권 찾아야”들끓는 여론

“재판권 찾아야”들끓는 여론

입력 2002-11-22 00:00
수정 2002-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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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주의 두 여중생을 치어 숨지게 한 미군 장갑차 관제병에 대한 미군사법원의 무죄평결을 비난하는 목소리로 전국이 들끓고 있다.법무부는 이날 이례적인 유감 논평을 냈으며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도 미군 범죄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미행정협정(SOFA)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 비난 성명,법무부 유감 표명

경실련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평결은 미국 검찰의 자체 조사와 미군배심원단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당초부터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참여연대,민변 등 9개 시민·여성·환경단체도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SOFA의 전면 개정에 나서야 하며 대선 후보들도 국민 앞에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무부도 논평을 내고 “공소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배심원의 평결에 아쉬움을 느낀다.”면서 “장갑차 운전병 마크 워커 병장에 대한 재판결과를 주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운전병 공판

이날 열린 워커 운전병에 대한 첫 공판은 시종일관 검찰의 무딘 심문과 변호인의 날카로운 변론으로 진행돼 또 무죄평결이 날 가능성을 높게 했다.검찰측은 “장갑차가 여중생을 피할 수 있는 공간적인 여유가 있었지만 부주의로 사고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그러나 변호인측은 상황을 재연한 영상물과 사진자료를 근거로 “운전병은 장갑차의 구조상 시야가 좁아 여중생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면서 “도로 조건 역시 마주오던 차량과 비껴가는데 여유가 없을 정도로 비좁았다.”고 반박했다.

◆격렬한 반미집회

여중생사망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캠프 케이시 앞에서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시위대는 부대 안으로 붉은색 페인트가 담긴 병을 던지고,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경찰은 공격용 알루미늄 방패로 시위대를 저지했으며,이 과정에서 윤희숙(27·여)씨가 방패에 맞아 이마가 찢어지는 등 6명이 다쳤다.문정현 신부와 한상렬 목사는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삭발식을 가졌으며,일부 참가자는 ‘살인미군 규탄’이라는 문구를 혈서로 썼다.완전무장한 미군 병사 20여명은 전망대에서 시위 상황을 감시했다.

◆예고된 무죄평결

미군 자체 조사에서도 과실이 인정된 피고인에게 무죄평결이 내려진 근본원인은 한국이 재판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SOFA 때문이라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주한미군 재판은 미국의 군사재판 규정에 따라 유·무죄를 판단하는 배심원이 사령관이 지명하는 미군으로 구성되며 판사와 검사,변호사도 모두 같은 미군이다.무죄 평결이 나면 검찰은 항소를 할 수도 없다.

이정희 변호사는 “배심원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재판에서 미군 배심원들은 가해자인 미군에게 동료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이 사건을 수사했던 의정부지청 관계자는 “유죄를 입증할 만한 충분한 증거를 미군에 넘겨줬지만 결과가 당혹스럽게 나왔다.”면서 “검사,판사,배심원 모두 범죄 입증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니노 병장의 재판을 참관한 권정호 변호사는 “최소한 배심원에는 한국인이 포함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동두천 유영규 황장석 박지연기자 whoami@
2002-11-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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