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人格과 車格

[굄돌] 人格과 車格

김춘옥 기자 기자
입력 2002-11-09 00:00
수정 2002-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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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도 인격이 있다?

인격이란 말보다 차격이란 단어가 어울릴 것 같다.사람의 용모나 체격 또는 빈부 차이를 두고 인격을 판단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고급승용차와 청소차같이 용도나 값어치에 따라 차격이 매겨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어떤 마음을 가진 사람이,어떤 태도로,얼마나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운전하는가에 따라 차의 격이 매겨진다는 이야기이다.

깨끗이 손질되어 있고,교통 법규를 잘 지키며,양보하고,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차를 멈추고 어린이에게 손짓으로 먼저 건너도록 안내하고,길가는 행인에게 흙탕물이 튀기지 않도록 배려하는 그러한 차가 격이 높은 차가 될 것이다.음주운전을 하고,과속으로 달리고,갓길로 버젓이 주행하고,끼어들기를 다반사로 하며,차가 흔들리도록 춤을 추는 관광버스와,창 밖으로 쓰레기를 마구버리는 차는 격이 낮은 차라고 하겠다.

코로나가 나왔을 때부터 거의 30년 넘게 운전하고 다니다 보니 별 별일 다당해 보았다.화물을 산더미처럼 실은 대형 트럭이 뒤에 바짝 붙어 오면서,비켜줄 곳이 없는 줄 뻔히알면서도 경적을 울리는가 하면 전조등을 켰다 껐다 위협을 하면서 행패를 부리는 자동차.대부분의 운전자들은 한 줄로 질서를 지키는데 느닷없이 달려 와서 끼어드는 자동차,충분한 거리를 두고서 차선을 바꾸려고 방향지시등을 깜박이면 멀리서 더욱 속력을 내어 쫓아와서는 경적을 울려대는 자동차.바빠서 그렇겠지,아침에 부부싸움이라도 했나? 고약한 성미를 가졌는가 보다 하면서 양보도 하고 미안하다는 표시도 하지만 마음이 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자동차는 잘 활용하면 최대의 편리함을 얻을 수 있지만 무리하게 다루면 무서운 흉기가 될 수 있음을 우리는 뉴스를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운전자 대부분은 내 차만은,나의 경우만은 예외일 것이라는 착각 속에 빠져 있는 것 같다.‘오늘 하루도 무사히’라는 표어처럼 집을 나설 때“무리하지 말아야지.”“양보해야지.”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차에 오른다.내 차의 격을 위해서,그리고 그 안에 타고 있는 나를 위해서.



김춘옥(전업미술가협 이사장)
2002-11-0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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