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생각해 보자.피라미드를 세운 고대 이집트에는 석기도구만 있었고 화폐경제란 존재하지도 않았으며 동력이라곤 사람의 힘 뿐이었다.그런데,어떻게 그 어마어마한 건축물을 올릴 수 있었을까.
정답.그때 그곳에도 17등급의 관리계급 조직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웹진 편집장이자 경영역사학자인 모겐 위첼이 쓴 ‘빌더스 앤드 드리머스’(Builders & Dreamers, 김은령 옮김,에코리브르 펴냄)는 한권으로 묶은 ‘경영의 세계사’다.
성공한 경영인들의 일대기는 많았다.경영의 노하우를 귀띔해주는 실용서도 흔했다.‘빌더스 앤드 드리머스’는 그런 점에서 특장이 뚜렷한 책이다.경영을 학문의 대상으로 잡아 역사학으로 접목시킨 시도는 찾기 힘들었다.
3부로 이뤄진 이 책은 “미래지향적 개념으로만 오인해온 경영은 기실 수천년 인류문명을 관통해온 것”으로 전제하며 경영학의 새로운 관점을 던진다.1부 ‘경영과 문명’에서는 경영이 역사를 무시해온 현실을 꼬집고,경영의 역사를 현실에 활용하는 실용적 대안을 찾아준다.경영자들은 왜 역사를 외면할까.책의 지적은 명쾌하다.“역사가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므로 쓸모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그들은 역사를 공부할 충분한 시간도 없고 공부방법도 모르기 때문”이다.
경영자나 경영학도에게 가장 매력있을 포인트는 2부 ‘경영의 원칙’에 있다.예컨대 고도로 발달된 관리시스템으로 피라미드를 건립한 이집트 람세스2세 때 건설현장을 감독했던 ‘서기’ 라모세는 현대적 개념의 경영자란 주장이다.상관에게 공사 진척상황을 보고하고 파피루스에 일지를 기록한 그는 고용주(파라오)의 이익을 대변한 성실한 경영자였다는 것.
기원전 1900년 무렵 아시리아의 대사업가 푸슈켄도 마찬가지.전국에 걸쳐 대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는 푸슈켄 가문은 유급직원을 고용해 원거리 사업장을 감독하고 통제했다.‘최초의 법전’으로 알려진 함무라비 법전도 조문의 20%가 비즈니스 관련 규정이란 주장도 이채롭다.
오늘날 ‘경영의 꽃’으로 주목받는 마케팅에도 흥미로운 역사가 없을 리만무하다.1880년대 영국 북서부 지역 최대의 식료잡화도매업자였던 윌리엄 레버.노동자 계층의 소득이 커져가자 이전에 사치품으로 통했던 비누를 생필품으로 알리겠다는 마케팅 전술을 구사했다.제품을 더욱 매력적으로 포장할 새 이미지가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등장한 브랜드가 ‘선라이트’였다.
선물(先物)계약은 14세기 유럽의 농촌 들판에서 비롯됐으며 회계의 역사는 최소 4000년이 넘는다는 논리(‘재무:세상을 움직이는 힘’편)등도 무척 흥미롭다.
지은이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단순히 백과사전적 지식을 나열하려던 게 아니었음을 책은 전편에 걸쳐 여유있게 설득한다.그리고 현대 경영자들을 향해 똑똑히 기억하라고 당부한다.“과거를 포기하면 거대한 주변사회와 거리가 멀어지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다.비즈니스는 사회의 일부분이다.역사가 아름다운 것은 무궁무진한 융통성 때문이다.”
옮긴이는 ‘난징대학살’‘나이드는 것의 미덕’‘패스트푸드의 제국’등을 번역하기도 했다.1만 6500원.
황수정기자 sjh@
정답.그때 그곳에도 17등급의 관리계급 조직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웹진 편집장이자 경영역사학자인 모겐 위첼이 쓴 ‘빌더스 앤드 드리머스’(Builders & Dreamers, 김은령 옮김,에코리브르 펴냄)는 한권으로 묶은 ‘경영의 세계사’다.
성공한 경영인들의 일대기는 많았다.경영의 노하우를 귀띔해주는 실용서도 흔했다.‘빌더스 앤드 드리머스’는 그런 점에서 특장이 뚜렷한 책이다.경영을 학문의 대상으로 잡아 역사학으로 접목시킨 시도는 찾기 힘들었다.
3부로 이뤄진 이 책은 “미래지향적 개념으로만 오인해온 경영은 기실 수천년 인류문명을 관통해온 것”으로 전제하며 경영학의 새로운 관점을 던진다.1부 ‘경영과 문명’에서는 경영이 역사를 무시해온 현실을 꼬집고,경영의 역사를 현실에 활용하는 실용적 대안을 찾아준다.경영자들은 왜 역사를 외면할까.책의 지적은 명쾌하다.“역사가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므로 쓸모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그들은 역사를 공부할 충분한 시간도 없고 공부방법도 모르기 때문”이다.
경영자나 경영학도에게 가장 매력있을 포인트는 2부 ‘경영의 원칙’에 있다.예컨대 고도로 발달된 관리시스템으로 피라미드를 건립한 이집트 람세스2세 때 건설현장을 감독했던 ‘서기’ 라모세는 현대적 개념의 경영자란 주장이다.상관에게 공사 진척상황을 보고하고 파피루스에 일지를 기록한 그는 고용주(파라오)의 이익을 대변한 성실한 경영자였다는 것.
기원전 1900년 무렵 아시리아의 대사업가 푸슈켄도 마찬가지.전국에 걸쳐 대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는 푸슈켄 가문은 유급직원을 고용해 원거리 사업장을 감독하고 통제했다.‘최초의 법전’으로 알려진 함무라비 법전도 조문의 20%가 비즈니스 관련 규정이란 주장도 이채롭다.
오늘날 ‘경영의 꽃’으로 주목받는 마케팅에도 흥미로운 역사가 없을 리만무하다.1880년대 영국 북서부 지역 최대의 식료잡화도매업자였던 윌리엄 레버.노동자 계층의 소득이 커져가자 이전에 사치품으로 통했던 비누를 생필품으로 알리겠다는 마케팅 전술을 구사했다.제품을 더욱 매력적으로 포장할 새 이미지가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등장한 브랜드가 ‘선라이트’였다.
선물(先物)계약은 14세기 유럽의 농촌 들판에서 비롯됐으며 회계의 역사는 최소 4000년이 넘는다는 논리(‘재무:세상을 움직이는 힘’편)등도 무척 흥미롭다.
지은이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단순히 백과사전적 지식을 나열하려던 게 아니었음을 책은 전편에 걸쳐 여유있게 설득한다.그리고 현대 경영자들을 향해 똑똑히 기억하라고 당부한다.“과거를 포기하면 거대한 주변사회와 거리가 멀어지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다.비즈니스는 사회의 일부분이다.역사가 아름다운 것은 무궁무진한 융통성 때문이다.”
옮긴이는 ‘난징대학살’‘나이드는 것의 미덕’‘패스트푸드의 제국’등을 번역하기도 했다.1만 6500원.
황수정기자 sjh@
2002-10-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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