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아동도서/ 대나무 숲에 사는 잉어 - 댐건설로 수몰될 운명의 마을

이주일의 아동도서/ 대나무 숲에 사는 잉어 - 댐건설로 수몰될 운명의 마을

입력 2002-10-18 00:00
수정 2002-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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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건설로 물에 잠긴 마을에는 사람만 살고 있었을까.수십년 손때 묻은 정겨운 사물들,사람들과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어온 동·식물들이 없었을 리 없다.홍종의씨가 쓴 창작동화 ‘대나무 숲에 사는 잉어’는 머지않아 수몰될 운명의 외딴 시골마을이 무대.마을사람들이 다 떠나고 쓸쓸히 버려진 ‘정물’들의 우화가 어린 독자들에게 사랑과 희생의 마음을 새삼 가르쳐준다.

하늘을 찌를 듯 곧게 뻗은 왕대나무로 사방이 둘러싸인 왕대골.그지없이 평화롭던 마을이 물에 잠긴다는 소문이 돌면서 하나둘 사람들이 떠나간다.“나는 그냥 여기서 죽을텨!” 고향을 떠나지 않겠다고 한참 버티던 할머니마저 끝내 도회지 아들네 아파트로 옮겨가고 말았다.이제 할머니의 빈 집에 오도카니 남은 건 장독에 새겨진 잉어랑 고양이 냐오,그리고 늘 큰 형님처럼 마음이 넓은 왕대나무 뿐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들 셋이다.할머니가 떠난 뒤 아랫마을이 조금씩 물에 잠겨가는 걸 지켜보며 셋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힘이 든다.냐오는 먹을 게 바닥나 괴롭고,잉어는 할머니의 따뜻한 손길만 오매불망 기다린다.둘에게 유일하게 버팀목이 돼주는 건 왕대나무다.‘희망을 잃은 냐오와 잉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궁리 끝에 왕대나무는 목화송이처럼 희고 환한꽃을 피워,떠났던 사람들을 다시 불러들인다.꽃을 피우고 나면 말라죽는다는 걸 잘 알면서도.

이웃을 둘러보는 여유,소외된 것들을 조용히 쓸어안는 넉넉함이 책 갈피갈피에서 물씬물씬 풍겨난다.신새벽 물그릇 속에 찰랑이는 별무리,부챗살처럼 가만히 퍼지는 햇살….어린 감수성을 건드릴 서정짙은 표현들로 그득하다.초등학교 3∼4학년 독자를 배려했다지만,어른들을 위한 동화로도 손색없다.6500원.

▶ 홍종의 글 / 염혜원 그림 /비룡소 펴냄

황수정기자
2002-10-1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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