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중독 환자 가둬놓고 구타·협박 인권사각지대 ‘폭력 병원’

알코올중독 환자 가둬놓고 구타·협박 인권사각지대 ‘폭력 병원’

입력 2002-10-07 00:00
수정 2002-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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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이는 환자를 병원 직원들이 마구 때려 온몸에 피멍이 들게 한 사건이 발생,경찰과 국가인권위가 조사에 나섰다.

피해자는 이 사건의 충격으로 퇴원한 뒤 가출했다.

알코올 중독 초기 증상에 시달리던 이모(26·경기 가평군)씨의 가족들은 지난 7월10일 고민 끝에 이씨를 알코올 중독 전문 병원인 서울 A병원에 입원시켰다.

이씨는 “가족들이 병원 밖을 나서자마자 폭행이 이어졌다.”면서 “독방침대에 팔다리를 묶인 상태에서 남자보호사 김모(29)씨에게 주먹과 발로 온몸을 구타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김씨가 ‘의사에게 말하면 죽여버리겠다.’며 계속 폭행해 입원 4일째 가족면회를 요청했지만 병원측이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입원 직후 작성된 이씨의 간호기록지에는 ‘특별한 외상이 없음’이라고 적혀 있지만 퇴원 뒤 다른 병원에서 전치 3주의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이씨의 간호기록지에는 또 ‘다른 환자에게 전화 부탁을 하거나 쪽지를 전달해 경고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어 이씨가 구타를 못이겨 여러 차례가족과의 접촉을 시도한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이씨는 1주일 만인 7월16일에야 가족과 면회를 할 수 있었고,가족은 이씨를 즉시 퇴원시켰다.

이씨의 형(31)은 “온몸에 피멍이 들어 있었다.”면서 “폭행사실을 숨기려고 병원측이 면회를 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가족은 경찰에 병원을 고소했지만 병원측이 구타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는 바람에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지난 2일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지난달 30일부터는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이씨는 퇴원 이후 구타에 따른 분을 삭이지 못해 알코올 중독 증세가 심해졌으며,지난달 말 집을 나갔다.

사태가 확산되자 병원측은 지난 3일 ‘직원이 미숙해 환자를 결박한 상태에서 구타가 발생한 것 같다.’는 내용의 각서를 가족에게 써주고 사태 무마에 나섰다.그러나 가족들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인권유린을 인정하지 않는 병원의 태도가 문제”라면서 “공식사과가 있을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에 대해 병원측은 “각서는 가족들이 너무 흥분한 상태여서 어쩔수 없이 쓴 것”이라며 구타 사실을 부인했다.또 “이씨의 몸에 난 상처는 이씨가 완강하게 치료를 거부해 몸을 묶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관할 청량리경찰서는 “이씨 가족과 병원의 진술이 엇갈려 수사가 지연되고 있으며,가족이 수사에 불만을 품어 담당 수사관을 바꾸었다.”면서 “업무상 과실치상 부분은 인정이 되며,폭행 여부도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영규기자 whoami@
2002-10-0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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