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아메리카 원주민

[씨줄날줄] 아메리카 원주민

김재영 기자 기자
입력 2002-10-04 00:00
수정 2002-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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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원주민이 낸 1370억 달러(약 164조원) 규모의 소송에 미국 연방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의식 있는 한 인디언 여성이 6년 전에 시작한 이 소송은 110여년 전 “개발 이익금을 주겠다.”며 인디언 땅 수십만평을 가져간 미 의회가 이후 이익금도 안 주고 땅도 안 돌려준 것을 문제삼고 있다.한 세기 뒤의 소송 제기지만 법적 계약 사실을 부인할 수 없는 만큼 미정부가 곤혹스러워하는 것이다.만약 당신들 백인 조상이 빼앗아 간 우리 인디언 선조들의 땅 값을 배상하라고 했다면,미국 정부는 콧방귀도 안 뀌었을 것이다.

유럽 식민주의자들이 북미 신대륙을 아메리카 원주민으로부터 ‘횡취’한 것은 역사의 문제이지,법적 문제가 아니라고 ‘법치’의 미국은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미국 백과사전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한 나라가 딴 나라의 땅을 뺏어 점령하고 있는 지역 및 국가 중의 하나로 미국이 등재돼 있는 경우가 많다.비록 기정 사실이 아니라 논쟁건이란 딱지가 붙어 있긴 하지만 중국이 티베트를 점령하듯 미국은 아메리카 원주민의 땅을 점령·점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미의 ‘원주인’들은 땅 환수 같은 것을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없고,그저 콜럼버스와 유럽 식민주의가 주조한 황당무계한 ‘인디언’ 대신 아메리카 ‘원주민’으로 정당하게 불러 주기를 요망한다.미국 대륙에는 270여 곳의‘인디언 보호구역’이 산재해 있다.통틀면 2000만㏊로 미 대륙의 50분의 1을 약간 상회,한반도만한 데 그 대부분이 황량한 오지이고 황폐한 불용지라는 점에 우선 놀라게 된다.

그리고 보호구역 상당수가 부족 이름 뒤에 ‘네이션’이란 명칭을 달고 있어 외국인을 놀라게 한다.그러나 이름만 그러할 뿐 주·연방법이 엄연히 적용되는 자치지역일 따름이다.터키·이라크와 싸우는 쿠르드족도 아메리카 원주민과 같이 ‘스테이트’가 없는 ‘네이션’으로 정치학자들은 분류하지만,미국의 인디언 ‘네이션’은 정치적인 함의보다 어휘의 다의적인 측면이 더 강하다.그만큼 무력화된 것이다.

노예 수입이 마무리된 독립전쟁 당시 60만명이었던 미국 흑인은 지금 3300만명이다.유럽인이 들어올 때최소한 100만명이던 아메리카 원주민은 지금 인구조사에서 200만명이 채 못된다.1300억달러 소송에는 ‘인디언’의 한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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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논설위원 kjykjy@
2002-10-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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