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자리가 없어 돌아갑네다”

[취재석] “자리가 없어 돌아갑네다”

이두걸 기자 기자
입력 2002-09-30 00:00
수정 2002-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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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부산아시안게임 개회식 공식행사가 끝난 29일 오후 7시15분.각국 선수단은 동문과 서문으로 경기장 무대를 빠져나와 조직위측이 대회기 뒤편에 마련한 S석으로 옮겨 식후행사를 관람했다.

조직위의 통제 미비 탓에 각국 대표단은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고 이 바람에 맨 마지막으로 무대를 빠져나온 북한 선수단은 경기장 3층 출입구에서 30분 동안 기다려야 했다.

북한 선수들은 담배를 피우거나 서로 담소를 나누며 기다렸지만 조직위측은 쉴 자리 하나 마련하지 않았다.평소 그렇게 잘 나타나던 안전통제요원조차 보이지 않았다.

7시50분쯤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북한선수단을 S석으로 인솔했다.그러나 자리가 부족한 탓에 통로에 앉거나 그대로 서서 식후행사를 지켜봐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선수단 임원과 선수들의 얼굴은 굳어갔다.

8시쯤 북한선수단 총 책임자인 조상남 조선올림픽위원회(NOC) 서기장은 굳은 얼굴로 종목 감독들에게 “(관람석에서) 다 나오라고 하라우.”라고 지시했다.이에 북한 선수단은 모두 버스를 타고 해운대구 반여1동에 있는 선수촌으로 돌아갔다.

조 서기장은 왜 그냥 돌아가느냐는 질문에 “자리가 없어 가는 것 아니냐.”고 대답하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또 한 임원은 심정을 묻자 “심정이라고 말할 게 있어? (조직위에서) 자리도 마련해주지 않았는데.”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정원 고위 간부는 “조직위에서 북한 선수단을 위한 좌석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아 돌아가게 됐다.”고 털어놨다.개·폐회식 운영단장은 “보고받은 적도 없다.자리가 없어 북한선수단이 돌아가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부산 이두걸기자 douzirl@
2002-09-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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