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영씨 ‘태평양을 다리는 세탁소’-이민자 고단한 삶 詩語로 엮어

한혜영씨 ‘태평양을 다리는 세탁소’-이민자 고단한 삶 詩語로 엮어

입력 2002-09-06 00:00
수정 2002-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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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한인 여성작가 한혜영(48)이 등단 8년만에 현

지에서 펴낸 첫 시집 ‘태평양을 다리는 세탁소’(천년의 시작,6000원)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세탁소 주인이 되어버린 뒤 일년 내내 태평양 주름살과 씨름을 하고 있다 눌러도 눌러도 좀처럼 펴지지 않는/태평양 그 시퍼런 치마폭 다려야 할 물굽이는 첩첩이 밀려오고,질나쁜 가루비누처럼 시원찮은 영어는 좀처럼 거품이 잃지 않아/다 때려치우고 돌아갈까?’

‘이국에서 모국어로 시를 쓰는 일’을 ‘사막을 헤매는 전갈 만큼이나 외로운 작업’이라고 말하는 그의 시집이 주는 처연함은 추억이 주는 짧은 감동이 아니다.낯선 이국땅에서 자신과 모국어를 지켜야 하는 한 시인의 지난한 몸부림이다.‘외로우니까 닭을 키우고 외로우니까 닭에게 말을 걸고 외로우니까 비로소 닭의 말이 解讀된다 닭장에서 닭장에서… 외로우니까 내가 보이고 외로우니까 나에게 말을 걸고 외로우니까 내가 비로소 解讀된다’는 그는 실제로 세탁소를 하는 동생을 통해 이민자들의 고단한 삶에서 문학적 리얼리티를 얻는다.

그는 한때 우리 문단에서 주목받는 신예였다.지난 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시 부문에 당선됐으나 그해 미국 플로리다 이민길에 올라 97년에는 미주에거주하는 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추강 해외문학상’신인상과 계몽문학상등을 받았다.

이후 한씨는 미국 현지에서 ‘된장 끓이는 여자’‘팽이꽃’‘뉴욕으로 가는기차’등 소설과 동화를 통해 이민자들의 애환을 그려왔으나 시집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시집 출간 이후 뉴욕과 뉴저지 일대에서 책 주문이 늘고 있다.”며“지금은 장편 추리동화 등을 집필중”이라고 근황을 소개했다.
2002-09-0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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