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육순 여성의 얼굴흉터

[건강칼럼] 육순 여성의 얼굴흉터

장충현 기자 기자
입력 2002-08-26 00:00
수정 2002-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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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근무하는 병원 근처에는 다른 곳보다 음식점이 많다.근처에 회사도 많고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나 방문객들이 많아서다.금상첨화인 것은 음식이 대부분 맛있어 짬짬이 이 집,저 집을 돌며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것도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음식점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언젠가 나를 찾은,환갑을 넘긴 환자가 바로 이 음식점 주인의 장모였다.그 환자는 교통사고로 많은 상처를 입은 뒤,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치료를 받다가 나중엔 흉터가 문제가 돼 찾아왔다.

대화를 나눠 보니 환자에게는 약간의 우울증도 있어 보였다.그 우울증이,교통사고로 얼굴에 남은 상처 때문에 생긴 것임을 아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나이는 들었어도 외모에 많은 신경을 쓰던 환자였으나,다른 부위의 중요한 상처를 치료하느라 신경을 쓰지 못하다가 어느날 문득,얼굴로 시선이 갔으리라.

흉터 치료법은 다양하다.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는 레이저나 기계적인 박피술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흉이 심하거나,벌어져 있는 경우는 흉터를 제거한 뒤 다시 수술을 통해 봉합한다.흉터 부위에 약간의 조작을 함으로써 흉이 덜 보이게 하는 방법도 흔히 사용된다.내 경우 냉동 탄산가스즉,드라이아이스로 표피에 동상을 입혀 흉이 덜 보이게 하는 방법을 사용해 좋은 결과를 얻기도 했다.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피부 표면의 부속기관,예를 들면 땀샘이거나 털샘의 표피세포로부터 표피 복원을 유도해 흉이 두드러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 환자도 이런 방법으로 수술을 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무엇보다 환자가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 우울증에서 해방된 것이 기분 좋았다.나도 얻은 것이 많았다.기분이 좋은 것은 물론이고,음식 맛이 꽤 괜찮은 음식점의 단골이 돼 가끔 정성들여 장만해 주는 음식을 맛보게 됐다는 점이다.음식점 주인은 특별히 음식에 신경을 써 주었다.그렇잖아도 맛있다는 그집에서의 식사가 더 기분좋고 즐거운 일이 되었다.

나이가 들어도 외모에 신경을 쓰는 것은 사람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특히 여자라면 나이를 떠나 외모가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환자가 의사와 성실하게 대화하고,그렇게 치료해 결과가 만족스러웠으며,덤으로 맛있는 음식까지 즐기게 됐으니,거기에서 얻은 보람과 기쁨이 어찌 사소하겠는가.



장충현 강북삼성병원 성형외과 교수
2002-08-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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