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길섶에서] 울돌목

[2002 길섶에서] 울돌목

이경형 기자 기자
입력 2002-08-20 00:00
수정 2002-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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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여행길에 해남과 진도를 잇는 진도대교 부근에서 하룻밤을 묵었다.동이 틀 무렵,산책 삼아 검정바위들이 가득한 해안가를 걸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불과 12척 전선으로 400척의 왜군을 맞아 133척의 왜선을 수장시킨 명량(鳴梁)대첩의 현장이 코앞에 펼쳐진다.아침 햇살이 비치자 비늘처럼 반짝이는 물결이 골을 이루며 빠르게 흘렀다.간만의 차로 하루에도 몇번씩 물길이 바뀐다.세찬 물살이 암초와 부딪쳐 바다가 운다고해서 명량이라 하고,울돌목이라 했던가.

무인 순신은 눈앞에 보이는 왜적의 목을 벨 수는 있었지만,전쟁으로 피폐해진 백성의 곤궁함과 조정 대신들의 탁상공론은 벨 수가 없었다.분명히 멸(滅)해야 할 집단으로서 적(敵)은 있는데,어부·농부로 있다가 끌려운 개별 적은 멸할 수가 없었다.(김 훈의 소설 ‘칼의 노래’)

비리를 범한 죄인은 처벌할 수 있어도 부패의 온상은 처벌할 수가 없고,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신당론은 봇물을 이루는데 진정한 지도자는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경형 논설실장

2002-08-2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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