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뉴욕 에스키모 미닉의 일생, 에스키모에 비친 문명의 이중성

책/ 뉴욕 에스키모 미닉의 일생, 에스키모에 비친 문명의 이중성

입력 2002-08-16 00:00
수정 2002-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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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에스키모 미닉의 일생’은 20세기초 유명한 북극탐험가 로버트 피어리의 손을 붙잡고 뉴욕에 온 에스키모 소년 미닉에 관한 이야기이다.미닉은 낯선 사람들 앞에서 구경거리가 된 후 곧바로 미국자연사박물관 지하에 수용된다.여기까지는 흔한 “서양문명의 ‘야만’길들이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죽은 아버지가 살이 발려진 채 인종표본으로 전시된 것을 미닉이 발견한 순간부터 이 책은 “서양문명에 대한 ‘야만’의 투쟁기”가 된다.저자 켄 하퍼는 28년의 짧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아버지 유골을 돌려받으려고 치열하게 싸운 에스키모인을 담담한 필치로 그려낸다.문체는 차라리 억눌린 분노처럼 조용하다.

미닉이 살던 당시의 미국은 북극의 오로라와 브로드웨이의 불빛처럼 이중적인 세계였다.한편에는 제국주의·백인중심주의와 이성의 이름으로 모든 것이 허용되는 과학맹신주의라는 ‘야만성’이 있었고,다른 한편에는 인도주의,관용·사랑을 내세운 기독교리,자유·평등을 외치는 민주주의라는 ‘고상함’이 있었다.

그 모순적인 이중세계를 상징하는 인물이 피어리일 것이다.북극점에 도달하고자 평생을 바친 구도자적인 숭고함과,에스키모인들을 박물관에 팔아넘긴 장사꾼적인 속물성은 피어리에게 공존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이중성을 이 책을 읽는 방식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스키모 미닉의 삶은 너무도 특수하지만 동시에 보편적이기도 하다.북극과 브로드웨이 사이를 떠돌면서 ‘집’이라 부를만한 장소를 찾아 헤맨 사내,이기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절망적인 싸움을 계속하는 사내의 이야기는 평범한 우리네 이야기와 그리 다르지 않다.바로 그 특수-보편의 이중주가,자칫 딱딱한 서양문명 비판으로 끝났을 뻔한 이 독서체험을,은밀한 공감을 통한 카타르시스로 승화시키는 큰 힘이 된다.

1만 2000원.



채수범기자 lokavid@
2002-08-1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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