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괴물’ 작가 이외수/ “빌어먹을 리얼리티 제겐 환상이 현실이죠”

장편소설 ‘괴물’ 작가 이외수/ “빌어먹을 리얼리티 제겐 환상이 현실이죠”

입력 2002-08-16 00:00
수정 2002-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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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독자 30만∼40만명이라는 건 군대식으로 말하면 30만 대군을 이끄는 별 4개짜리 대장이고,종교적으로는 교주죠.”

최근 장편소설 ‘괴물 1·2’를 펴낸 작가 이외수(58)는 ‘신도’급 독자 덕분에 초판 10만부,재판 4만부를 일주일만에 찍어냈다고 의기양양이다.‘황금비늘’이후 5년만에 낸 이번 책에서 그는 ‘대박’을 기대한다.

그에게 악수를 청하며 평생에 서너번 씻었다는 얼굴과 손,머리카락을 뜯어봤는데 흰색 옷을 입은 모습이 말끔하고 청량해 보여 한동안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인사를 나눴다.

‘괴물’의 주된 줄기는 억울하게 죽은 전생을 기억해 낸 전진출의 이야기다.그는 인터넷으로 ‘살인 바이러스’가 염사된 스팸메일을 네크로필리아(시체·살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보내 살인을 충동질,현세에서 복수극을 벌인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는 진짜 묘미는 줄기 주변의 ‘잔가지 인생’들이다.황진이가 환생했다는 천재적인 기생 윤나연,시대와 타협하지 않는 서정시인 한기서,복숭아 나무와 대화하는 초개선생,전통무예를 익힌 소년송을태,브레이크댄스의 달인으로 중국집 배달원들의 신화가 된 박경태,러브호텔 카운터를 보는 여류화가 강은채,그녀를 사랑하는 범죄심리학자 이필우 등이다.‘주인공을 누구로 삼는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입체소설’이기 때문에 생기는 재미라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소설은 뒤틀린 인간의 욕망과 사기,강간,음란물 제작,살인 등 있을 법한 모든 범죄를 취급해 지극히 현실적인 토대에 뿌리박고 있다.그런데 책을 덮고나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눈에 보이는 세상이 현실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된다.

“빌어먹을 ‘리얼리티’는 그만 좀 강조하라고 해요.리얼리티 하려면 옆집 아저씨 열심히 사는 모습 보고 감동 받으면 되지.난 소설의 본래 기능이 리얼리티가 아니라,현실에서 체험할 수 없는 세상을 경험케 하고 감동을 주는 거라고 봅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는 환상일지 모르지만,나에게는 환상이 현실이다.난 그 세계와 조우했으니까”라고 덧붙인다.

그는 육안(肉眼)뇌안(腦眼)과 같은 육체적인 눈이 아니라 심안(心眼)영안(靈眼)과같은 정신적인 눈으로 세상을 돌아 봐야 제대로 된 세상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그의 기발하고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대목 한가지.

“애국가 1절에 등장하는 군인의 관등성명을 대보세요.”“이름은 이보우,계급은 하사예요.(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문소영기자 symun@
2002-08-1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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