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을 내민 채 다리를 꾸부정하게 굽힌 자세로 원을 그리며 서 있는 배우들.‘웬 기체조?’하며 들어선 한국예술종합학교 크누아예술극장에는 20여명이 곧 시작될 ‘우리나라 우투리’의 리허설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의 전통무예인 기천문(氣天門)으로 움직임을 만들었습니다.지금은 배우들이 몸짓을 다듬고 있는 거고요.” 연극원 원장이자 작·연출을 맡은 김광림(50)은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연극원이 자체 극단 ‘돌곶이’창단과 함께 선보이는 작품이다.연극원의 극단은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의 관계에 비유할 수 있다.
과거 대학 극단의 활동은 교육과 연계되지는 못했다.학교 차원에서 극단을 구성,지원하고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이번 작품은 1996년 ‘꼭두각시 놀음’에서 전통 연희를 바탕으로한 한국적 공연 양식을 실험한 김 원장의 작업이 한층 발전된 것.“중국의 경극이나 일본 가부키도 19세기 서양문물이 물밀 듯 들어올 때 제 나라 공연양식을 지키고자 만든 것입니다.우리만 그런 연극이 없었죠.”
손을가지런히 모으고 무대 양옆에서 등장하는 15명의 배우들.한바탕 전통춤을 벌인 뒤 사각의 무대를 에워싸고 앉는다.퇴장하지 않고 극이 진행될 동안 함께 노래 부르고 흥을 돋우는 것.배우와 관객의 경계를 허문 신명나는 마당극 같다.장구 북 꽹과리 등을 연주하는 악사들도 배우들과 대사를 주고받는다.
가장 독특한 것은 경기소리의 운율을 빌려왔다는 대사.말 한마디 한마디가 리듬을 타고 마치 살아 있는 듯 꿈틀댄다.“괴상하다 방아공이 울끈불끈∼.팔다리 힘줄은 꿈틀꿈틀∼.”배우도 움직임을 한시도 쉬지 않는다.약간은 과장된 듯하면서 힘이 느껴지는 동작이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한다.
이야기는 민초의 영웅 우투리가 이성계에게 살해되는 내용이다.민중은 언젠가는 억새풀처럼 다시 일어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왜 이렇게 억새풀이 무성한가.작년에 다 못 베었는가∼.”천천히 풀을 베는 동작을 하는 배우에게 김 원장이 한마디 한다.“너무 시간 오래 끈다.”순간 무대는 웃음바다로 변한다.“이젠 더 못 베겠어.” 배우의 대사인지 푸념인지 모를 말이 이어진다.
대사에 리듬을 입히고 항상 무예를 하듯 연기를 해야 하는 배우들에게는 보통의 연극보다 몇배나 힘들다.
리허설이 끝나자 안쓰러울 만큼 땀으로 뒤범벅된 우툴어멈 역의 배우 황석정(31)은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고 대사를 연습하는 데 넉달도 넘게 걸렸다.”면서 “너무 힘들지만 점점 한국의 멋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30여년간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연출가.‘북어 대가리’‘나는 고백한다’등으로 실험적인 연극을 선보였고,시인이자 극작가인 황지우와 함께 ‘5월의 신부’를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이 작품에도 역시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았습니다.또 한국적인 틀 속에서 창의성을 살리고 싶었고요.”
그는 앞으로도 한국적 양식을 찾는 작업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양식화가 완성되면 ‘선극’(鮮劇)이라는 이름을 붙일 생각이다.“지금은 제대로 양식화도 못해 놓고 이름만 지었다고 할까 봐 발표는 안하려고 합니다.(웃음)” 23일부터 9월1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02)958-2556.
김소연기자 purple@
“우리의 전통무예인 기천문(氣天門)으로 움직임을 만들었습니다.지금은 배우들이 몸짓을 다듬고 있는 거고요.” 연극원 원장이자 작·연출을 맡은 김광림(50)은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연극원이 자체 극단 ‘돌곶이’창단과 함께 선보이는 작품이다.연극원의 극단은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의 관계에 비유할 수 있다.
과거 대학 극단의 활동은 교육과 연계되지는 못했다.학교 차원에서 극단을 구성,지원하고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이번 작품은 1996년 ‘꼭두각시 놀음’에서 전통 연희를 바탕으로한 한국적 공연 양식을 실험한 김 원장의 작업이 한층 발전된 것.“중국의 경극이나 일본 가부키도 19세기 서양문물이 물밀 듯 들어올 때 제 나라 공연양식을 지키고자 만든 것입니다.우리만 그런 연극이 없었죠.”
손을가지런히 모으고 무대 양옆에서 등장하는 15명의 배우들.한바탕 전통춤을 벌인 뒤 사각의 무대를 에워싸고 앉는다.퇴장하지 않고 극이 진행될 동안 함께 노래 부르고 흥을 돋우는 것.배우와 관객의 경계를 허문 신명나는 마당극 같다.장구 북 꽹과리 등을 연주하는 악사들도 배우들과 대사를 주고받는다.
가장 독특한 것은 경기소리의 운율을 빌려왔다는 대사.말 한마디 한마디가 리듬을 타고 마치 살아 있는 듯 꿈틀댄다.“괴상하다 방아공이 울끈불끈∼.팔다리 힘줄은 꿈틀꿈틀∼.”배우도 움직임을 한시도 쉬지 않는다.약간은 과장된 듯하면서 힘이 느껴지는 동작이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한다.
이야기는 민초의 영웅 우투리가 이성계에게 살해되는 내용이다.민중은 언젠가는 억새풀처럼 다시 일어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왜 이렇게 억새풀이 무성한가.작년에 다 못 베었는가∼.”천천히 풀을 베는 동작을 하는 배우에게 김 원장이 한마디 한다.“너무 시간 오래 끈다.”순간 무대는 웃음바다로 변한다.“이젠 더 못 베겠어.” 배우의 대사인지 푸념인지 모를 말이 이어진다.
대사에 리듬을 입히고 항상 무예를 하듯 연기를 해야 하는 배우들에게는 보통의 연극보다 몇배나 힘들다.
리허설이 끝나자 안쓰러울 만큼 땀으로 뒤범벅된 우툴어멈 역의 배우 황석정(31)은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고 대사를 연습하는 데 넉달도 넘게 걸렸다.”면서 “너무 힘들지만 점점 한국의 멋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30여년간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연출가.‘북어 대가리’‘나는 고백한다’등으로 실험적인 연극을 선보였고,시인이자 극작가인 황지우와 함께 ‘5월의 신부’를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이 작품에도 역시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았습니다.또 한국적인 틀 속에서 창의성을 살리고 싶었고요.”
그는 앞으로도 한국적 양식을 찾는 작업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양식화가 완성되면 ‘선극’(鮮劇)이라는 이름을 붙일 생각이다.“지금은 제대로 양식화도 못해 놓고 이름만 지었다고 할까 봐 발표는 안하려고 합니다.(웃음)” 23일부터 9월1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02)958-2556.
김소연기자 purple@
2002-08-13 1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