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광고문안을 본 적이 있다.우리는 잊지 않아야 할 사건이나 느낌을 글이나 사진영상 등으로 옮겨 저장해 놓는다. 또한 훌륭한 업적을 세운 분들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우고,역사적인 사건이나 과거의 생활상을 보여 주는 각종 자료 등을 기념관이나 박물관에 전시해 놓기도한다.과거의 사람들이 걸어 온 발자취를 되돌아 봄으로써 우리가 서 있는 현재를 음미해 보고,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를 조망해 보는 것이다.
지난달 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시에서 열린 이범진 열사(烈士) 탄신 150주년 추모행사에 참석했다.이범진 열사는 1900년 7월 러시아 주재 초대공사로 부임한 뒤 1910년 국권이 일제에 의해 강제로 침탈당하자 이듬해 자결로써 민족적 울분을 드러내신 분이다.
이범진 열사가 90여년전 묻힌 공동묘지에서 열사의 애국충절을 기리는 순국비 제막식이 열렸다.순국비가 세워진 곳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에서 차로4 0여분 정도 걸리는 장소에 있었지만 행사에 참석하려는 현지 동포들의 차량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세기 나라잃은 백성으로 머나먼 러시아 땅에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설움과 아픔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정착한 한민족의 후손들이 행사장에서 ‘애국가’와 ‘선구자’를 부르는 모습은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비록 조그마한 비석에 불과하지만 현지 동포들의 민족적 자긍심과 연대감을 드높이고 후세들에게 열사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억하고 계승시켜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상징물이 아닌가 싶었다.
강대국일수록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정신이 스며있는 시설물을 건립하여 국민적 힘을 모으는 구심체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이나 호주는 수도 자체를 보훈시설물 위주로 설계할 정도이며,이번에 방문한 러시아의 경우도 각종 현충시설을 건립하고 관리·보존하는데 각별한 정성을 기울이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현충시설은 국내외에 총 1,782개소가 확인된 바 있다.이중에는 관리주체가 없거나 모호하고 지원체계가 미흡하여 현충시설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현충시설의 체계적이고효율적 관리를 위해 관련법규를 마련해 올해부터 시행 중에 있다.이와 함께 효창원에 건립중인 백범 기념관을 금년말에 완공하는 등 국내 현충시설을 확충하고 있다.또한 경제 개발로 독립운동의 흔적이 사라져가고 있는 중국지역 등 해외 독립운동 사적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현지에 표지석·기념비를 설치하고,광복군 주둔지 및 전투지에 참전기념 조형물 건립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러한 현충시설의 설치와 관리·보존은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함께 온 국민의 각별한 관심과 참여가 있을 때에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과거를 망각한 국민에게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교훈이 있다.과거는 현재를 있게 한 원동력이며 미래의 밑거름이라고도 한다.선열들의 얼과 발자취가 살아 숨쉬고 있는 독립운동 및 호국관련 시설과 사적지 등 현충시설을 잘 관리하고 보존해서 미래의 세대에게 유산으로 물려주는 일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소임이 아닌가 한다.
조국을 떠난지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머나 먼 이국에서 아리랑의 가락을 가슴에 안고살아 가고 있는 우리 동포들의 모습을 그려 보면서 조국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다가오는 광복절에는 집집마다 태극기를 게양하고 가까운 현충시설에 들러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되새겨 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이재달/ 국가보훈처장
지난달 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시에서 열린 이범진 열사(烈士) 탄신 150주년 추모행사에 참석했다.이범진 열사는 1900년 7월 러시아 주재 초대공사로 부임한 뒤 1910년 국권이 일제에 의해 강제로 침탈당하자 이듬해 자결로써 민족적 울분을 드러내신 분이다.
이범진 열사가 90여년전 묻힌 공동묘지에서 열사의 애국충절을 기리는 순국비 제막식이 열렸다.순국비가 세워진 곳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에서 차로4 0여분 정도 걸리는 장소에 있었지만 행사에 참석하려는 현지 동포들의 차량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세기 나라잃은 백성으로 머나먼 러시아 땅에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설움과 아픔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정착한 한민족의 후손들이 행사장에서 ‘애국가’와 ‘선구자’를 부르는 모습은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비록 조그마한 비석에 불과하지만 현지 동포들의 민족적 자긍심과 연대감을 드높이고 후세들에게 열사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억하고 계승시켜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상징물이 아닌가 싶었다.
강대국일수록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정신이 스며있는 시설물을 건립하여 국민적 힘을 모으는 구심체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이나 호주는 수도 자체를 보훈시설물 위주로 설계할 정도이며,이번에 방문한 러시아의 경우도 각종 현충시설을 건립하고 관리·보존하는데 각별한 정성을 기울이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현충시설은 국내외에 총 1,782개소가 확인된 바 있다.이중에는 관리주체가 없거나 모호하고 지원체계가 미흡하여 현충시설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현충시설의 체계적이고효율적 관리를 위해 관련법규를 마련해 올해부터 시행 중에 있다.이와 함께 효창원에 건립중인 백범 기념관을 금년말에 완공하는 등 국내 현충시설을 확충하고 있다.또한 경제 개발로 독립운동의 흔적이 사라져가고 있는 중국지역 등 해외 독립운동 사적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현지에 표지석·기념비를 설치하고,광복군 주둔지 및 전투지에 참전기념 조형물 건립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러한 현충시설의 설치와 관리·보존은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함께 온 국민의 각별한 관심과 참여가 있을 때에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과거를 망각한 국민에게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교훈이 있다.과거는 현재를 있게 한 원동력이며 미래의 밑거름이라고도 한다.선열들의 얼과 발자취가 살아 숨쉬고 있는 독립운동 및 호국관련 시설과 사적지 등 현충시설을 잘 관리하고 보존해서 미래의 세대에게 유산으로 물려주는 일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소임이 아닌가 한다.
조국을 떠난지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머나 먼 이국에서 아리랑의 가락을 가슴에 안고살아 가고 있는 우리 동포들의 모습을 그려 보면서 조국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다가오는 광복절에는 집집마다 태극기를 게양하고 가까운 현충시설에 들러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되새겨 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이재달/ 국가보훈처장
2002-08-07 2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