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한 전투였습니다.그러나 우리는 결코 지지 않았습니다.”
서해교전을 치른 해군 장병들의 얼굴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충혈된 눈은 전사하거나 부상한 전우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듯 연신 경련을 일으켰다.
357호에서 살아남은 한정길(26) 중사 등 3명과 358호에 승선했던 232 편대장 김찬(36) 소령 등 14명이 30일 358호 선상에서 당시의 참상을 공개했다.이들이 전한 교전 상황과 구출작전을 재구성한다.
29일 오전 10시25분 연평도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북한의 경비정 1척이 내려왔다.주변에 단 한척의 어선도 보이지 않은 점이 평소와 달랐다.
북한 경비정의 함포가 우리 고속정 357호에 겨누어져 있음을 확인한 순간 357호와 358호 고속정의 포문도 일제히 북한 경비정으로 향했다.한정길 중사는 “포를 겨누었지만 발사는 하지 않을 것으로 믿었으며 당시 결코 방심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순간 북한 경비정에서 내뿜는 함포 소리가 고요한 서해 바다를 뒤흔들었다.배의 왼쪽 부분이 북한 경비정 방향으로 향해 있던 357호의 조타실에서 불길이치솟았고 파편이 바다로 쏟아졌다.358호에서 두 고속정을 지휘하던 김찬소령이 즉각 대응사격을 명령했다.20여분 동안 격렬한 함포사격이 이어졌다.1000여발의 포탄이 모두 소진될 정도였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357호는 왼쪽으로 기운 채 빙빙 맴돌고 있었다.포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유효 사거리에서 벗어나야 했지만 이미 기동력을 상실한 상태였다.한 중사는 “연기 때문에 시야 확보가 곤란했고,타기(핸들)와 가속기 역시 작동하지 않았다.”고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정장(艇長)을 포함,4명이 전사하고 부상자가 속출했지만 357호의 장병들은 피투성이 상태에서도 개인화기로 사격을 계속했다.숨진 조천형(趙天衡·26) 중사는 목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사격을 멈추지 않은 듯 방아쇠를 꽉 움켜잡은 모습이었다.
임근수(25) 하사는 “K2소총으로 전투를 하던 권기형 상병은 왼손가락이 모두 절단된 상태에서도 나에게 실탄을 갖다 달라고 외쳤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박경수(22) 하사는 “배가 불길에 휩싸인 순간 조타실에 올라가 보니 피가 흥건했고,매캐한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면서 “좌현 사수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장전돼 있던 포를 계속 쏘았다.”고 당시 상황을 돌이켰다.
교전이 끝나자 358호가 침몰하고 있는 357호의 왼쪽에 붙어 본격 구조작업을 벌였다.장병들이 357호에 올라가 보니 정장 윤영하(尹永夏·28) 소령은 등에 피를 흘리며 가쁜 숨을 쉬고 있었다.인공호흡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부정장 이희완 중위의 종아리는 포탄파편에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비상펌프를 동원해 고속정에 고인 물을 빼내고,소화기로 엔진의 불길을 진화했지만 357호는 이미 예인이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돼 있었다.
평택 이창구 유영규 장세훈기자 window2@
서해교전을 치른 해군 장병들의 얼굴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충혈된 눈은 전사하거나 부상한 전우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듯 연신 경련을 일으켰다.
357호에서 살아남은 한정길(26) 중사 등 3명과 358호에 승선했던 232 편대장 김찬(36) 소령 등 14명이 30일 358호 선상에서 당시의 참상을 공개했다.이들이 전한 교전 상황과 구출작전을 재구성한다.
29일 오전 10시25분 연평도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북한의 경비정 1척이 내려왔다.주변에 단 한척의 어선도 보이지 않은 점이 평소와 달랐다.
북한 경비정의 함포가 우리 고속정 357호에 겨누어져 있음을 확인한 순간 357호와 358호 고속정의 포문도 일제히 북한 경비정으로 향했다.한정길 중사는 “포를 겨누었지만 발사는 하지 않을 것으로 믿었으며 당시 결코 방심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순간 북한 경비정에서 내뿜는 함포 소리가 고요한 서해 바다를 뒤흔들었다.배의 왼쪽 부분이 북한 경비정 방향으로 향해 있던 357호의 조타실에서 불길이치솟았고 파편이 바다로 쏟아졌다.358호에서 두 고속정을 지휘하던 김찬소령이 즉각 대응사격을 명령했다.20여분 동안 격렬한 함포사격이 이어졌다.1000여발의 포탄이 모두 소진될 정도였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357호는 왼쪽으로 기운 채 빙빙 맴돌고 있었다.포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유효 사거리에서 벗어나야 했지만 이미 기동력을 상실한 상태였다.한 중사는 “연기 때문에 시야 확보가 곤란했고,타기(핸들)와 가속기 역시 작동하지 않았다.”고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정장(艇長)을 포함,4명이 전사하고 부상자가 속출했지만 357호의 장병들은 피투성이 상태에서도 개인화기로 사격을 계속했다.숨진 조천형(趙天衡·26) 중사는 목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사격을 멈추지 않은 듯 방아쇠를 꽉 움켜잡은 모습이었다.
임근수(25) 하사는 “K2소총으로 전투를 하던 권기형 상병은 왼손가락이 모두 절단된 상태에서도 나에게 실탄을 갖다 달라고 외쳤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박경수(22) 하사는 “배가 불길에 휩싸인 순간 조타실에 올라가 보니 피가 흥건했고,매캐한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면서 “좌현 사수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장전돼 있던 포를 계속 쏘았다.”고 당시 상황을 돌이켰다.
교전이 끝나자 358호가 침몰하고 있는 357호의 왼쪽에 붙어 본격 구조작업을 벌였다.장병들이 357호에 올라가 보니 정장 윤영하(尹永夏·28) 소령은 등에 피를 흘리며 가쁜 숨을 쉬고 있었다.인공호흡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부정장 이희완 중위의 종아리는 포탄파편에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다.
비상펌프를 동원해 고속정에 고인 물을 빼내고,소화기로 엔진의 불길을 진화했지만 357호는 이미 예인이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돼 있었다.
평택 이창구 유영규 장세훈기자 window2@
2002-07-0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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