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축구대표팀의 Y이론

[씨줄날줄]축구대표팀의 Y이론

박재범 기자 기자
입력 2002-06-27 00:00
수정 2002-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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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MIT 슬로안 경영대학원이 현재 미국내 5대 경영대학원 중 하나로 손꼽히게 된 데는 행동과학자 더글러스 맥그리거 교수의 역할이 컸다.1960년대 그는 기업 구성원들이 어떻게 하면 회사의 목표를 위해 힘을 쏟게 되는가 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연구는 결국 인간본성에 관한 이해로 수렴됐고 그는 X·Y이론을 세상에 내놓았다.

X는 네거티브(negative)적 관점으로 사람은 일하기 싫어하므로 통제와 처벌이 중요하다고 보는 이론이다.Y는 반대로 동기부여만 잘 되면 사람들은 스스로 자기통제 하에 자발적으로 움직인다는 포지티브(positive)다.이후 스탠퍼드대 윌리엄 오우치 교수의 Z이론과 몇년 전 서울대 이면우 교수의 W이론 등이 제기됐으나 Y이론의 발전형이라는 게 경영학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처럼 구구하게 X·Y이론을 거론하는 까닭은 우리 축구대표팀의 과거와 현재가 묘하게도 이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우리 축구팀은 과거에도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그러나 히딩크감독은 1년반 만에 4강까지 올려놓았다.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축구관계자들에 따르면 과거 우리 축구의 패러다임은 ‘반복 훈련’이었다.어떤 감독은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선수수준이 낮기 때문에 끊임없이 반복 훈련할 수밖에 없다.”이 과정에서 물론 가혹한 통제가 뒤따랐다.이 이론에 따라 키워진 선수들은 세계청소년축구 4강에 오르는 등 한때 기염을 토했으나 그 이후에는 맥을 못췄다.생각없이 기계적으로 공을 차고 꽉 짜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선수들을 보고 외국감독들은 “순진하다.”고 말했다.반면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격려하고 선수 스스로 자신의 움직임을 생각하도록 만들었다.히딩크 감독이 선수들을 잘 칭찬하고 남 앞에서 절대 비난하지 않는다는 건 축구인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바로 이런 차이점이 한국 축구팀의 어제와 오늘을 다르게 한 것이 아닐까.축구 붐이 불어 자녀를 축구선수로 키우려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자녀를 축구선수로 대성시키려면 부모 먼저 Y형으로 사고를 바꾸고 볼 일이다.펠레의아버지가 펠레에게 했듯이.

박재범/ 논설위원

2002-06-2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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