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경기장 공사 이명호씨 ‘8강 감회’

월드컵/경기장 공사 이명호씨 ‘8강 감회’

입력 2002-06-20 00:00
수정 2002-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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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손때와 땀이 묻은 상암 경기장에서 한국팀의 4강전을 꼭 보고 싶습니다.”

건설 일용직 노동자 이명호(李明鎬·40·경기 안산시 와동)씨는 19일 오전 서둘러 집을 나서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을 찾았다.전날 밤늦도록 TV 앞에서 동료들과 한국팀을 응원하느라 피곤한 몸이었지만,남다른 감회가 밀려 왔다.

한국팀이 이번 주말 스페인팀을 이기면 오는 25일 손길이 배어 있는 서울 상암동월드컵 주경기장에서 ‘꿈의 4강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목수 경력 14년째인 이씨는 지난 99년 6월부터 6개월 남짓 12명의 동료들과 함께 주경기장 건설현장에서 굵은 땀을 쏟았다.경기장 구조물의 지하 기반을 다지기 위한 각종 토목공사가 주된 임무였다.

“1000평짜리 집도 지어보고 인천공항 건설에도 참여했지만 상암동 주경기장만큼 사연이 많은 곳도 없었습니다.”

아침 7시부터 꼬박 12시간 동안 숨 돌릴 새 없이 망치질과 톱질을 하고 나면 온몸이 땀 범벅이 됐다.하루 일과를 마친 뒤 현장의 임시숙소였던 컨테이너 박스에서 동료들끼리 소주 한 잔으로 피로를 달래면서도 역사적인 월드컵의 숨은 일꾼이 된다는 생각에 뭉클함도 느꼈다.톱밥 묻은 작업복에 검게 그을린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밤이 깊어지곤 했다.

그러나 가슴 벅찬 감동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씨는 일당으로 생활하는 ‘하루살이 인생’이지만 ‘혹시나’ 하며 개막식이나 주요 경기의 ‘초청장’을 기다렸다고 털어놨다.적어도 공사에 참여했던 동료들이 한자리에 모여 막걸리 잔치라도 벌일 수 있길 기대했다고 한다.

당시 주경기장 건설현장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한 사람이 지난 4일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연도 어렵게 꺼냈다.서울시가 ‘환경 월드컵’이라는 명분으로 비산먼지 발생 사업장의 공사를 중단시키면서 일용직 노동자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기 때문이라며 이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래도 이곳에서 한국팀의 4강전이 열리면 아내와 두 자녀의 손을 잡고 경기장옆 대형 전광판에서 신명나는 응원을 벌이겠습니다.”

동갑인 아내 박용숙(朴龍淑)씨와 아들 정준(14·중학 1년)·딸 정민(10·초등 3년)이도 ‘남편과 아빠의 땀과 눈물이 서린 경기장’을 직접 볼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이씨는 “월드컵 잔치가 소외된 이웃들에게 용기를 심어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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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영기자 koohy@
2002-06-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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