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팀이 월드컵 8강에 올랐다.8강은 정점인 최후의 승자 자리에서 내려다 보면 널찍한 중간 길목에 지나지 않을 것이나 중도에 탈락한 100여 개 국가들엔 비범한 강자에만 열리는 좁은 문이다.여기서 '8'이란 숫자는 월드컵 최후의 수이자 답인 '1'을 내기 위한 계산 과정의 증간치에 불과하다.그러나 우리 팀이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역전극 끝에 일원이 되는 데 성공한 '8'에는 8개의 1이 모인 것 이상의 비상한 의미가 있다.
0에서 9까지의 수를 다양하게 활용해 자연 현상이나 문물 제도의 전체를 아우르는 조어들이 동서양 문화사에 걸쳐 있다.‘홍범구주’의 ‘9’나 ‘시방세계’의 ‘10’도 있지만 ‘8’ 또한 지리 및 인문의 특정 권역 전체를 포괄코자 하는 데 애용된다.조선시대 오백년 동안 우리의 강역은 ‘팔도’였고,사방에다 동남,서북방 등 중간의 사우(四隅)를 더한 ‘팔방’에는 사방보다 온 세상이 더 입체적으로 들어있다.중국 고전에서 대지를 떠받치고 있는 여덟 개의 기둥을 ‘팔주’라고 했고,‘식(食)·화(貨)·농상무(農商務)’등나라를 다스리는 정사를 통틀어 ‘팔정’이라고 했다.
‘3’과 ‘7’을 애호한 서양 그리스도교와 비교할 때 ‘8’은 불교 색채가 완연하다.생로병사에다 네 가지를 더한 ‘팔고’로 인생의 괴로움을 통괄했으며,석가모니의 인생 변천을 ‘팔상’으로 압축했다.불자들이 지켜야할 ‘팔계’와 수행의 참된 덕목 모음인 ‘팔정도’에는 불교의 실천적 진면목이 다 들어 있다.
월드컵 8강 진출 성공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열광을 생각할 때 8강의 ‘8’에서 주역의 ‘팔괘’와 명리학의 사주 ‘팔자’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주역은 점치는 책이 아니라 시경,서경과 함께 삼경의 하나로 공자가 세 번이나 책 매는 끈이 떨어질 정도로 파고든 고전이다.천지만물은 음과 양으로 이루어졌고 이 두 근본이 서로 어울린 팔괘에 세상만사가 움직이는 이치의 뿌리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이같은 메커니즘을 보다 비근하게 응용한 것이 사주팔자 명리학으로,개인이 태어난 연,월,일,시의 십간십이지 여덟 글자에 그 사람의 운명의 비밀이 오롯이 담겨 있다는것.
우리의 월드컵 8강은 4강으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8’만으로도 우주적인,전지구적인 무게를 만끽할 수 있다.
김재영 논설위원
0에서 9까지의 수를 다양하게 활용해 자연 현상이나 문물 제도의 전체를 아우르는 조어들이 동서양 문화사에 걸쳐 있다.‘홍범구주’의 ‘9’나 ‘시방세계’의 ‘10’도 있지만 ‘8’ 또한 지리 및 인문의 특정 권역 전체를 포괄코자 하는 데 애용된다.조선시대 오백년 동안 우리의 강역은 ‘팔도’였고,사방에다 동남,서북방 등 중간의 사우(四隅)를 더한 ‘팔방’에는 사방보다 온 세상이 더 입체적으로 들어있다.중국 고전에서 대지를 떠받치고 있는 여덟 개의 기둥을 ‘팔주’라고 했고,‘식(食)·화(貨)·농상무(農商務)’등나라를 다스리는 정사를 통틀어 ‘팔정’이라고 했다.
‘3’과 ‘7’을 애호한 서양 그리스도교와 비교할 때 ‘8’은 불교 색채가 완연하다.생로병사에다 네 가지를 더한 ‘팔고’로 인생의 괴로움을 통괄했으며,석가모니의 인생 변천을 ‘팔상’으로 압축했다.불자들이 지켜야할 ‘팔계’와 수행의 참된 덕목 모음인 ‘팔정도’에는 불교의 실천적 진면목이 다 들어 있다.
월드컵 8강 진출 성공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열광을 생각할 때 8강의 ‘8’에서 주역의 ‘팔괘’와 명리학의 사주 ‘팔자’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주역은 점치는 책이 아니라 시경,서경과 함께 삼경의 하나로 공자가 세 번이나 책 매는 끈이 떨어질 정도로 파고든 고전이다.천지만물은 음과 양으로 이루어졌고 이 두 근본이 서로 어울린 팔괘에 세상만사가 움직이는 이치의 뿌리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이같은 메커니즘을 보다 비근하게 응용한 것이 사주팔자 명리학으로,개인이 태어난 연,월,일,시의 십간십이지 여덟 글자에 그 사람의 운명의 비밀이 오롯이 담겨 있다는것.
우리의 월드컵 8강은 4강으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8’만으로도 우주적인,전지구적인 무게를 만끽할 수 있다.
김재영 논설위원
2002-06-2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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