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전사 한국 대표팀의 힘찬 진군이 약간 주춤했다.이날 경기에 걸었던 국민의기대는 무엇일까? 6월4일 월드컵 첫 승으로 48년의 한을 풀며 한국 축구 독립의 날을 만든 여세를 몰아 미국마저 통쾌히 꺾고 한국 축구 해방의 날을 만들었으면 했던 사람은 못내 아쉬웠으리라.또 15년 전 같은 날 전국민이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며 거리로 광장으로 몰려나와 민주화의 함성으로 하나가 되었던 날의 의미를 ‘아름다운 축제’로 되살렸으면 했던 이는 속이 상했을지도 모른다.미국전의 의미는 그것에 그치는 걸까.아니다.승패를 떠나서 붉은 악마를 비롯한 국민들이 보여준 열광을 생각해보면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비록 국민들에게 ‘꽃보다 아름다운’ 승리를 안겨주지는 못했지만 붉은 전사들의 발걸음은 전 국민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이다.승리라는 외형적인 선물 대신 국민들에게 축제의 열정을 알게 했다.또 그 축제는 여전히 열린 공간으로 남아있음을 생각하면 이 날 경기는 단순히 승패에만 국한시킬 수 없다.외신들은 지난 폴란드전에서한국 국민들이 보인 붉은 열정을 ‘마술’로 표현했다.고요한 동방의 나라로 여겼던 한국인들이 거리와 광장으로 몰려나와 벌인 광란의 축제를 지켜보면서,외신은 한국 시민들에게 경의의 찬사를 보냈다.따지고 보면 한국이 폴란드에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12번째 대표선수 붉은 악마와 국민들의 응원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우리가 진정 기대한 것은 승리만이 아니었다.물론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에 대한 통쾌한 복수는 더욱 아니었다.붉은 전사의 참된 의미는 국민들에게 축제의 열정을 알게 해준 것,그것이 값진 결실이다.
오래 전에 우리에게는 마당의 문화가 존재했었다.마당에는 민초들의 걸죽한 만담이 있었고,때로는 양반들을 놀려먹는 말뚝이의 해학이 있었다.그러나 한국의 근대사는 마당과 광장을 소멸시키고,민중들을 그곳에서 내몰리게 만들었다.그동안 시민들은 너무나 억눌려 있었고,문화적인 삶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으며,늘 일상사의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이제 거리와 광장이 시민들에 의해 넘쳐나는 축제의 문화를 복원해야한다.남은경기에도 50만,아니 수백만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온 거리를 축제의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축구는 갈등과 대립의 역사를 드러내기도 했지만,카니발의 문화도 활성화시켰다.광란의 월드컵이 끝나더라도 축제와 카니발의 문화는 계속되어야 한다.비록 이기진 못했지만 오늘의 축제는 우리에게 많은 희망을 주었다.‘사람만이 희망’이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지나온 고난의 굴레를 벗어던지고,온 국민들이 광장으로 거리로 달려가보자.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포루투갈전,아니 16강,8강 전을 고대하며 축제의 장을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보자.
이동연/ 문화평론가
비록 국민들에게 ‘꽃보다 아름다운’ 승리를 안겨주지는 못했지만 붉은 전사들의 발걸음은 전 국민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이다.승리라는 외형적인 선물 대신 국민들에게 축제의 열정을 알게 했다.또 그 축제는 여전히 열린 공간으로 남아있음을 생각하면 이 날 경기는 단순히 승패에만 국한시킬 수 없다.외신들은 지난 폴란드전에서한국 국민들이 보인 붉은 열정을 ‘마술’로 표현했다.고요한 동방의 나라로 여겼던 한국인들이 거리와 광장으로 몰려나와 벌인 광란의 축제를 지켜보면서,외신은 한국 시민들에게 경의의 찬사를 보냈다.따지고 보면 한국이 폴란드에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12번째 대표선수 붉은 악마와 국민들의 응원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우리가 진정 기대한 것은 승리만이 아니었다.물론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에 대한 통쾌한 복수는 더욱 아니었다.붉은 전사의 참된 의미는 국민들에게 축제의 열정을 알게 해준 것,그것이 값진 결실이다.
오래 전에 우리에게는 마당의 문화가 존재했었다.마당에는 민초들의 걸죽한 만담이 있었고,때로는 양반들을 놀려먹는 말뚝이의 해학이 있었다.그러나 한국의 근대사는 마당과 광장을 소멸시키고,민중들을 그곳에서 내몰리게 만들었다.그동안 시민들은 너무나 억눌려 있었고,문화적인 삶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으며,늘 일상사의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이제 거리와 광장이 시민들에 의해 넘쳐나는 축제의 문화를 복원해야한다.남은경기에도 50만,아니 수백만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온 거리를 축제의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축구는 갈등과 대립의 역사를 드러내기도 했지만,카니발의 문화도 활성화시켰다.광란의 월드컵이 끝나더라도 축제와 카니발의 문화는 계속되어야 한다.비록 이기진 못했지만 오늘의 축제는 우리에게 많은 희망을 주었다.‘사람만이 희망’이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지나온 고난의 굴레를 벗어던지고,온 국민들이 광장으로 거리로 달려가보자.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포루투갈전,아니 16강,8강 전을 고대하며 축제의 장을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보자.
이동연/ 문화평론가
2002-06-1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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