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종로서적 실패학

[씨줄날줄] 종로서적 실패학

박재범 기자 기자
입력 2002-06-06 00:00
수정 2002-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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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년에 가까운 역사로 국내 최고(最古)서점을 자랑하던 종로서적이 부도를 내고 문을 닫은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종로서적은 1980년대 이후부터는 다소 명성이 퇴색하기는 했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명소중의 명소였다.도심에서 약속할때면 으레 “종로서적 앞에서 만나자.”고 했다.현재 광주 광역시 우체국 앞 네거리가 ‘우다방’이라고 불리며 만남의 장소로 성업 중이듯이 말이다.

종로서적이 침몰하자 서점업계는 “몇차례 부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하며 아쉬워하고 있다.서점업계의 진단을 보면 종로서적은 변화의 기회를 1980년대에 한번 맞았다.이웃에 교보 영풍,을지 등 신개념의 대형서점이 들어섰을 때였다.이들 신형서점에 맞춰 덩달아 서점의 형태를 바꿨어야했다는 것이다.종로서적은 이들 신흥 대형서점이 고객 편의 제공을 위해 주차장이나 휴식공간 등을 마련할 때 이를 외면했다.두번째는 동화 등 이웃서점이 서울 강남지역으로 이전하자 “우리가 누군데”하며 고집을 부리던 때라고 한다.당시 현재의 터를 팔고 이사갔으면 종로서적은 여전히 살아남아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그 다음은 IMF 외환위기 시기.보문당,송인 등 대형 도매상들이 자금부족으로 줄줄이 부도사태를 빚어,출판 및 서점업계 모두가 일대 혼란에 빠졌을 때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내부역량을 비축했어야 했다는 분석이다.‘위기 속의 기회’를 모두 놓쳤음에도 종로서적에는 한번의 기회가 남아 있었다고 한다.지난 2∼3년 사이라는 것이다.인터넷서점의 등장으로 가격경쟁시대가 막 오르고,종로 일대가 금은방거리로 변한 이 때 과감하게 서점을 정리했어야 했다는 것이다.이미 입지조건과 편의시설 등에서 경쟁력을 잃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그러나 종로서적은 내부 갈등으로 시간만 헛되이 보내다 이같은 충격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종로서적의 흥망성쇠는 경영학자들이 실패 사례로 연구할 만한 소재이다.새로 제기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본다.성공보다 오히려 실패가 교훈을 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종로서적의 몰락은 이 시대에하나의 화두를 던진다. ‘스스로 변화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를 당함으로써 강제퇴출될 것인가.’

박재범 논설위원

2002-06-0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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