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문화를 바꾸자] (6)’빨리빨리’를 없애자

[식당문화를 바꾸자] (6)’빨리빨리’를 없애자

김용수 기자 기자
입력 2002-05-27 00:00
수정 2002-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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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42)씨는 자칭 미식가다.김씨는 식당 종업원에게 으레 “바쁘지 않으니 음식을 천천히 내달라.”고 요구한다.맛을 음미하며 천천히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씨의 소박한 요구는 번번히 묵살된다.종업원들은 빨리 먹고 가라는 듯 음식을 잽싸게 내놓기 일쑤다.한요리를 채 먹기도 전에 다음 요리를 내놓는다.결국 김씨는 즐기기를 포기한 채 ‘한 끼를 때우고’ 만다.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인근 H식당.삼계탕으로 유명한 이 집은 항상 손님들로 북적댄다.주변 직장인들은 물론멀리 서울시청 공무원들도 찾아온다.뿐만 아니다.관광버스를 타고 온 일본 및 중국 관광객들도 많다.

하지만 이 집은 종업원들의 ‘빨리빨리’로 더 유명하다.

종업원들은 손님이 자리에 앉자마자 주문부터 독촉한다.각자 주문을 해도 결국 ‘삼계탕 손 드세요.’ ‘오골계손드세요.’라고 되묻는다.잠시 머뭇거리면 주문도 받지않고 가버린다.

음식을 나를 때도 뛰어다닌다.종업원들이 주방에 큰 소리로 주문을 전하는가 하면,자기들끼리 왁자하게 떠드는 통에 음식을 어떻게 먹었는지 모를 정도다.음식을 다 먹기도 전에 한쪽에서는 상을 치우기 시작한다.식사 도중에 디저트가 나온다.빨리빨리 먹고 가라는 식이다.

내·외국인 할 것 없이 식당문을 나설 때면 누구나 인상을 찌푸린다.일본 나고야에서 단체관광을 왔다는 미야쓰카 마사오(宮塚正夫·57)는 얼이 빠진 표정으로 “일본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중견기업체인 J사 사장인 문모(42)씨는 얼마전 가족과 함께 집 앞 냉면집을 찾았다가 기분 나쁜 경험을 했다.

종업원들이 너무 바삐 움직이며 손님들의 얼을 빼놓았다.다른 종업원과 이야기를 하면서 음식을 큰 소리가 날 정도로 식탁에 내던졌다.침이 튄다는 느낌도 들었다.손님 머리 위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쟁반을 옮기기도 했다.종업원을 불러 “좀 천천히 해달라.”고 점잖게 요구하자 오히려“점심 때는 손님이 빨리 먹어야 다른 사람들도 먹을 수있지 않느냐.”며 “왜 자기 생각만 하느냐.”고 핀잔을줬다.한마디로 공급자 위주의 발상이었다.

우리나라식당의 빨리빨리 문화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하지만 이는 손님들 요구도 있지만 상당 부분 식당측이 강요하고 있다.회전을 빨리 해 매상을 올리려는 속셈 때문이다.이 결과 너나없이 알게 모르게 ‘빨리빨리 식당문화’에 젖게 된다.

월드컵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의 한 임원은 “음식을 여유있게 즐기려고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면서“손님이 있은 다음에 주인이 있다는 인식 전환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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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기자 dragon@
2002-05-2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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