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칼럼] ‘월드컵과 훌리건’

[마니아 칼럼] ‘월드컵과 훌리건’

홍남기 기자 기자
입력 2002-05-21 00:00
수정 2002-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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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는 급한 일로 차를 타고 가다가 그만 신호를 위반하고 말았다.젊은 경찰관은 총리가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범칙금은 사람을 구분하지 않는다.”며 스티커를 발부했다.

관저로 돌아온 총리는 사명감이 투철한 그 젊은이가 기특하다는 생각에 경찰 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어 포상할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자기가 할 일을 했을 뿐이어서 포상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정중한 설명을 곁들인 거부의사였다.부끄럽게 생각한 처칠은 뒷날 의회에서 영국이 왜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되었는지를 이 사례를 들어 역설하며 국민적 단합을 호소했다고 한다.

머지않아 세계 축구제전인 월드컵대회가 한국에서 막이오른다.단일스포츠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는 국민적 행사이기에 안전한 월드컵을 치르는데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없다.

안전 월드컵과 관련해서는 훌리건(Hooligan)을 떠올리지않을 수 없다.축구장 난동패를 가리키는 말로서 19세기말영국 런던의 한 뮤직홀에서 난동을일으킨 아일랜드인들의 집단에서 유래했다고 한다.이후 영국의 극성 축구팬들이종종 훌리건이라는 딱지 아래 입국제한 등을 당하기도 했다.처칠의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원리·원칙이 투철하고깨끗한 이미지의 영국이 훌리건의 원조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지난해말 서울경찰청이 훌리건 전담부대를 발족하고 영국 경찰청의 전문가 4명을 초청하여 강의를 하였다.우리 축구대표팀 응원단인 ‘붉은 악마’도 이달 초 경찰청과 안전하고 평화로운 월드컵을 위해 ‘안티 훌리건 공동 캠페인’을 열고 경기장에서 민간 안전요원으로 활약하기로 협력협정서를 맺었다고 한다.

세계의 축제를 앞두고 우리는 당연히 만반의 대응방안을마련하여 안전한 대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그러나 영국 훌리건들에게도 과거 처칠을 감동시켰던 ‘해가 지지 않는나라'의 사명감 투철한 경찰관을 한번쯤 생각해 보고 행동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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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기획예산처 과장
2002-05-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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