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원 방북기/ “김위원장 남한 정치흐름 훤히 알아”

박근혜의원 방북기/ “김위원장 남한 정치흐름 훤히 알아”

입력 2002-05-17 00:00
수정 2002-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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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朴槿惠) 의원의 최근 방북은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딸과 북한의 김일성(金日成) 전 주석의 아들인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만남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화제를불러일으킨 바 있다.연합뉴스가 박근혜 의원의 구술을 정리한 ‘방북기’를 간추려 싣는다.

지난 10일 오후 인천공항을 출발,숙소인 베이징(北京) 캠핀스키 호텔에서 하룻밤을 잤다.다음날 오전 11시30분에 떠나는 고려항공기를 타고 평양으로 들어가기 위해 준비를 하는데 일행중 한명이 부랴부랴 찾아와 비행기편을 바꿔야겠다고 말했다.약간 흥분한 듯했다.

그는 “북측으로부터 김정일 위원장이 전용기를 보낼 테니타고 오라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북측이 이번 방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구나,각별한 대우를 하는구나.’ 하는생각이 들었다.

베이징 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오전 11시50분에 출발했다.순안공항에는 북한 민족화해협의회 김영대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영접을 나왔다.북측 취재단도 많이 나왔다.간단한환영행사를 마치고 백화원초대소로 가니 김용순 노동당 중앙위 비서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김 비서는 방을 안내하며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머문 곳”이라고 설명했다.

방북 이틀째인 12일 아침식사 뒤 김용순 비서와 한 시간 정도 만나 남북문제와 유럽·코리아 재단 일로 많은 얘기를 나눴다.기탄없이 할 말을 다했다.김 비서는 금강산댐 문제에대해 섭섭함을 털어놨다.“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문제도 아니고 북남회담이 임박해 있는데,회담장에서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느냐.군인들이 힘들게 만든 자랑스러운 댐인데 남조선이 부실 덩어리라고 막 나갔다.일부러 그렇게 한 것 아니냐.북남회담이 열렸으면 공동으로 임진강 조사를 하자고 하려 했는데 이마저도 안됐다.”는 취지였다.나는 “섭섭하다고 해서 남북회담까지 안하면 어떻게 하느냐.회담 약속을 했으면 지켰어야 했던 것 아니냐.남북한이 사소한 것이라도 약속을 지켜야 신뢰를 쌓아갈 수 있다.”고 대답했다.

김 위원장과의 면담 일정은 이날 점심식사 뒤 전해들었다.가슴이 뛰긴 했어도 그렇게 긴장되지는않았다.북측 안내원이 김 위원장이 저녁 7시에 숙소를 찾아온다면서 구체적인면담 일정을 알려줬다.김 위원장은 가식없이 얘기했고,나도솔직하게 얘기했다.첫 만남이라고 하지만 (선친들간에) 과거 역사가 있어서 그런지 모든 것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정치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정치인의 지지도 변화 등에 대해 내가 말할 필요없이 잘 알고 있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답방 약속을 지켜야 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적절한 시기에 하겠다.”고 했다..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김 위원장은 ‘1·21사태’에 대해 사과했다.순간 진지하고엄숙한 태도를 보였다.만찬 때는 김 위원장이 김용순 비서등에게 면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그대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개성을 들러 판문점으로 귀환할 때 ‘남북이 이렇게 가까운데 먼 길을 둘러서 오가고 있구나.’하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3박4일의 북한 방문기간 가슴이 찡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인 우리의 현실이 서글펐다.남북한이 같이 잘사는 날이 오길 손꼽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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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전영우기자
2002-05-1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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