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분식회계, 사면요구 앞서 고백을

[사설] 분식회계, 사면요구 앞서 고백을

입력 2002-05-04 00:00
수정 2002-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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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엊그제 정치 자금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기업들의 분식 회계에 대해 일괄사면을 요구하고 나섰다.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정당이나정치인들에게 불법으로 돈을 제공하면서 이를 감추기 위해 이중장부를 만들고 결과적으로 탈세하거나 허위 정보를제공한 대목을 모두 불문에 부쳐달라는 것이다.

차기 정부의 과제로 열거한 사항 가운데 하나인 이런 재계의 요구에는 일리가 없지 않다.과거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당사자들의 심적 부담을 훌훌 털어주고 새로운 준법관행을 만들어가자는 취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재계의 분식회계 사면 주장은 10여일전 이미 내놓은 정치부문 제안과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다.당시 재계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정치지도자들의 대국민 고해성사와 특별법 제정을 통한 사면”을 주장했다.이런 논리대로라면 기업들도 불법 정치자금을 누구에게,얼마나 제공했는지를 ‘고해성사’를 통해 밝히는 것이 마땅하다.적어도고해 용의를 밝힌 뒤 사면을 거론할 수 있는 것이다.정치인들의고해성사를 주장하면서 기업들에는 분식 회계 사면부터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각각 다른 잣대를 적용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또 하나 문제는 이런 주장에서 드러난,분식회계에 대한재계의 안이한 인식이다.회계정보는 바로 투자자들의 이익과 손실을 가르는 분기점이며 회계조작은 국제적으로 중대 범죄에 해당된다.사면 특별법을 만든다고 분식회계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소송을 막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재계는 사면을 주장하기보다 먼저 고해성사하겠다는 자세를보여야 옳다.한경연의 이러한 주장이 기업들의 분식회계에 따른 고민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나,재계는 현실 여건을따진 후에 잘 다듬은 방안을 제시하길 바란다.그래야 차기 정부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2002-05-0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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