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무공해 영화 ‘집으로…’가 개봉 한달도 못돼 관객 200만을 돌파했다.이 소식을 반길 이들이 홍보사 직원만은 아닐 듯 하다.이유야 어찌됐든 흥행을 좇아 조폭에,코미디에 줄대기 바빴던 충무로,나아가 문화계 전반에 던지는 시사점이 녹록하지 않다.
첫째,무르녹아야 ‘작품’이 나온다.‘미술관옆 동물원’이후 쏟아져 들어왔을 수많은 러브콜을 나몰라라 하고 이정향 감독은 5년을 푹 쉬었다.세간의 북새통이 잦아들 무렵에야 한장한장 촬영일지를 넘겼지만 흥행 조바심은 어느 갈피에서도 찾기 어렵다.단지 가슴속 오래 쟁여둔 이야기를 둑터치듯 쏟아부은 게 오그라든 관객 가슴들을 활짝 펴준 것.
둘째 푹 삭일수록 쉬워진다.‘집으로…’는 누구나 가슴한자락에 품고 있을 큰 사랑에의 부채감에 젖줄을 대고 있다.낡을수록 버릴 수 없는 우리의 유년에다 말을 건네는영화는,7세부터 77세까지 누구의 가슴이든 조근조근 적신다.소월의 진달래가 국민적이듯 ‘집으로…’가 구사하는보편 언어는 난무하는 액션 틈을 뚫고 만인의 가슴으로 흘러간다.
이보다는 희미하지만 더 귀기울여 들어둬야 할 목소리도섞여 있다.‘집으로…’는 보편적인 게 결국 현대적이란걸 새삼 일깨워준다.이미 적잖은 평론가들이 이 평범한 영화에서 조용한 ‘여성주의’를 읽어내렸다.손자에서 어머니로,외할머니로 거슬러 올라가는 그 거대한 사랑의 수원(水源)이 큰소리 한번 내지름 없이 모계 혈통주의를 웅변한다.
그뿐 아니다.영화는 현대사회가 휘몰아치듯 잘라내버린 ‘통과의례’ 체험을 정중앙에 복원시켜 낸다.컴퓨터 게임판에 코박고,할머니가 얹어준 김치를 밀쳐내고 햄 통조림을숟가락 채 퍼먹는 상우는 ‘발효’를 모르는 아이다.그런상우가 친구네 다녀오는 길에 미친 소에 쫓겨 무릎이 까지면서 그 내면은 성큼 야물어진다.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사랑이 쏟아지는 인스턴트 지식과 인스턴트 간식이 아니라,어려움을 견뎌낸 성장체험임을 이만큼 낙낙한어조로 얘기한 화면이 있었던가.
그래서 결국은 되돌아온다.피와 살이 되는 보편성,그게 결국은 상업적인 것이라고.‘집으로…’는 잘 팔리는코드를 찾아 이리저리 밖을 헤매다니는 영화계에,제자리에 앉아제 속을 먼저 들여다보라고 일러주고 있다.
손정숙기자
첫째,무르녹아야 ‘작품’이 나온다.‘미술관옆 동물원’이후 쏟아져 들어왔을 수많은 러브콜을 나몰라라 하고 이정향 감독은 5년을 푹 쉬었다.세간의 북새통이 잦아들 무렵에야 한장한장 촬영일지를 넘겼지만 흥행 조바심은 어느 갈피에서도 찾기 어렵다.단지 가슴속 오래 쟁여둔 이야기를 둑터치듯 쏟아부은 게 오그라든 관객 가슴들을 활짝 펴준 것.
둘째 푹 삭일수록 쉬워진다.‘집으로…’는 누구나 가슴한자락에 품고 있을 큰 사랑에의 부채감에 젖줄을 대고 있다.낡을수록 버릴 수 없는 우리의 유년에다 말을 건네는영화는,7세부터 77세까지 누구의 가슴이든 조근조근 적신다.소월의 진달래가 국민적이듯 ‘집으로…’가 구사하는보편 언어는 난무하는 액션 틈을 뚫고 만인의 가슴으로 흘러간다.
이보다는 희미하지만 더 귀기울여 들어둬야 할 목소리도섞여 있다.‘집으로…’는 보편적인 게 결국 현대적이란걸 새삼 일깨워준다.이미 적잖은 평론가들이 이 평범한 영화에서 조용한 ‘여성주의’를 읽어내렸다.손자에서 어머니로,외할머니로 거슬러 올라가는 그 거대한 사랑의 수원(水源)이 큰소리 한번 내지름 없이 모계 혈통주의를 웅변한다.
그뿐 아니다.영화는 현대사회가 휘몰아치듯 잘라내버린 ‘통과의례’ 체험을 정중앙에 복원시켜 낸다.컴퓨터 게임판에 코박고,할머니가 얹어준 김치를 밀쳐내고 햄 통조림을숟가락 채 퍼먹는 상우는 ‘발효’를 모르는 아이다.그런상우가 친구네 다녀오는 길에 미친 소에 쫓겨 무릎이 까지면서 그 내면은 성큼 야물어진다.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사랑이 쏟아지는 인스턴트 지식과 인스턴트 간식이 아니라,어려움을 견뎌낸 성장체험임을 이만큼 낙낙한어조로 얘기한 화면이 있었던가.
그래서 결국은 되돌아온다.피와 살이 되는 보편성,그게 결국은 상업적인 것이라고.‘집으로…’는 잘 팔리는코드를 찾아 이리저리 밖을 헤매다니는 영화계에,제자리에 앉아제 속을 먼저 들여다보라고 일러주고 있다.
손정숙기자
2002-04-3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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