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정자 시장

[씨줄날줄] 정자 시장

김재성 기자 기자
입력 2002-04-12 00:00
수정 2002-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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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예비군 훈련장에서 입심좋은 어느 연사의 반공강연 한 대목-.“북한 사회에서 김일성은 신적인 존재다.‘탁월하시고 위대하시고….’ 모든 좋은 말은 다 갖다 붙이는데 재미있는 것은 ‘어버이’라는 존칭이다.그런데 요즈음 신문에 나는 인공수정 기사를 보면 실제로 김일성이 어버이가되게 생겼다.

인공수정이 현실화되면 북한의 여인들은 너도나도 어버이 수령의 씨를 받고 싶어할 것이고 당이 강제로 시킬지도 모른다.그렇게 되면 김일성은 진짜 인민의 생부(生父)가 아닌가.”라는 요지였다.그 무렵 뜨문뜨문 신문에 등장하는 인공수정기사를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결합시켜 만든 그럴듯한 공상과학 얘기였다.

30년 전,그 반공연사가 인공수정을 북한체제와 관련지은 것은 초등학생들이 북한사람들을 머리에 뿔 달린 사람으로 생각하던 시절의 재담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인공수정의 보편화,즉 섹스 없이도 자기가 원하는 사람의 아이를 임신할 수 있는 시대의 도래에 대해서는 적중했다.인터넷에 ‘신장 170㎝,금발에 푸른 눈,아이큐 140의 난자’를 판다는 광고가 등장했으니 말이다.물론 이 광고는 아직 외국의 얘기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수능 점수가 높은 남학생이 정자를 팔아 용돈을 벌고,미모와 두뇌를 겸비한 여학생이 난자를 팔아 등록금을 마련하는 일이 예사로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불임부부는 어림잡아 100만쌍,연간 1만쌍의 부부가 인공수정으로 임신을 하고 있으며 이 때 제공되는 정자는 10만∼20만원,난자는 300만∼400만원 선이다.

물론 제공자의 연령,용모,출신 학교에 따라 가격도 달라지고 원매자가 소설가 화가 등의 특수한 옵션을 걸 수도 있다.이쯤 되니 이를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알선업자가 등장하고 유전병을 일으킬 수 있는 정자와 난자의 상거래도 생기게 마련이다.정부가 서둘러 실태를 파악하고 정·난자 거래의 법제화를 검토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우수한 품종을 선택적으로 얻으려는 수의사들의 노력에서 비롯된 인공수정이 불임부부에게 복음이 된 것까지는 좋다.그러나 역시 ‘인공’에는위험이 따른다.정·난자의 매매를 금지하고 있는 영국의 한병원 실험 결과,인공수정 아이가 정상 임신 아이보다 정신지체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는 것이다.더 위험한 것은 수능 성적순으로 가격이 매겨질 유전자 차별문제다.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2002-04-1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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