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FX 세부자료 공개하라

[기고] FX 세부자료 공개하라

김재홍 기자 기자
입력 2002-03-29 00:00
수정 2002-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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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전투기(F-X)가 미국 보잉사의 F-15K로 결정되는 모양이다.2차 평가가 남아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동맹관계등 정책적 고려가 기준이기 때문에 미국산이 가장 유리하다.한국과 미국의 ‘특수관계’를 빼고 본 전투기 자체에대한 1차 평가에서는 프랑스 다소사의 라팔이 조금 우세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군사동맹을 내세워 그 순위를뒤집는 결정이 나올 판이다.국내에선 많은 사람들이 ‘예상대로다’는 반응을 나타낼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어떨까.마치 경쟁입찰인 것처럼 여러 나라의 기종을 평가대상에 올렸지만 들러리 세우기 아니었느냐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이는 국가신용 면에서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우리의 국가위신을 지키기 위해서도 국방부는 이번에 경쟁한 전투기들의 기종별 비교표를공개해야 한다.

그 중엔 처음부터 비공개를 조건으로 한 항목도 있을 것이다.대체로 성능과 전투력에 관련된 것은 비밀일 수 있다.국방부는 기술이전과 보상구매 비율에 대해서도 해당 생산업체에 민감한 사안이라며 밝히기를 거부했다.그러나 군사작전이나 방산기술과 직접 관련 없는 것들은 경쟁입찰의 공정성을 입증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료로 공개해야 한다.

엄청난 세금부담을 지게 될 국민으로서는 국방경제가 우선 관심대상이 아닐 수 없다.기술이전율,보상구매(off-set·절충교역)비율,부품의 수명 같은 것이야말로 담세자가 판단해야 할 국방경제가 아닌가.

미국산 무기들은 기술이전에서 가장 불리하고 기술 사용료도 비싼 것으로 악명이 높다.미국의 방산업체들은 특허권 보호,정부쪽은 군사과학기술 유출과 확산의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보상구매율도 어느 나라보다 인색하다.이번에 프랑스측은 보상구매율 70% 이상을 보장했지만미 보잉사는 67%로 우리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미달인 것으로 나타났다.미국과의 무역에서 우리는 지난해 연간 88억 4000만달러의 흑자를 냈다.그러나 이것은 무기도입액이 반영되지 않은 액수다.이번에 계약할 F-15K 전투기 40대가격만 해도 무려 44억 6000만달러에 이른다.

지금까지 많은 부분이 감추어진 국방경제를 결코 소홀히할 수 없으며그 감시는 이제 국민의 몫이다.정부는 국방경제 내역을 소상히,투명하게 밝혀야 한다.지난 88년 ‘차세대전투기사업’을 시작할 때 거기엔 두 개의 기둥이 목표로 세워져 있었다.하나는 당장의 공군력 강화였다.다른하나는 그것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전투기의 국산화를 위한 기술이전이었다.그런데 F-15K는 레이더에서도 한세대뒤진 기계식이라고 한다.

기술이전을 받는다 해도 이미 세대가 지난 장비라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한·미간 국가관계 때문에 미국의 방산업체들까지 마치 독과점기업처럼 구는 것을 마지막 2차평가와 본계약에서 과감히 차단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한국형 군사전략과 무기체계의 개발정책을구체화할 때가 됐다.제 아무리 첨단무기라 해도 우리의 경제에 지나치게 부담스럽고 가까운 장래에 국산화하기도 어렵다면 버릴 수밖에 없다.작지만 강한 군대,정예의 조직과 자연조건에 적합한 작전교리가 비싼 첨단장비보다 더 훌륭한 한국형 국방력을 창출하는 전략이 모색돼야 한다고본다.

김재홍 경기대 정치학과 교수
2002-03-2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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