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산책] 충무로에 희망 던진 77세의 신인 여배우

[충무로 산책] 충무로에 희망 던진 77세의 신인 여배우

황수정 기자 기자
입력 2002-03-13 00:00
수정 2002-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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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세의 신인 여배우’ 영화 ‘집으로…’의 여주인공 김을분 할머니에게 붙은 애칭이다.극중에서 청각·언어장애를 가진 외할머니로 나온 김 할머니는 “생전 영화 한편 본 적 없다.”는 말이 믿기지않을 만큼 매끈한 연기로 시사회장에서 뜨거운 박수갈채를받아냈다.

‘생초짜 배우’ 김 할머니의 경우는 이래저래 충무로에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한글 한자 모르는 까막눈”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할머니의 캐스팅 및 제작과정은 신선한 충격 그 자체.

이정향 감독은 충북 영동군 상촌면에서 호두농사를 짓고 사는 할머니를 현장에서 ‘즉석 캐스팅’했다.그러나 할머니가 “자식들 얼굴에 먹칠할지도 모른다.”며 계속 고사하는 통에 할머니의 아들을 몇차례나 따로 만나는 등 ‘삼고초려’도 해야 했다.이뿐만이 아니다.조금은 거칠지만 능청스런 연기를 보여주는 50여명의 영화속 엑스트라도 모두 촬영장 인근의 주민들이다.

철저한 자본의 논리로 굴러가는 상업영화판에서 이렇게까지 ‘실험적인’ 캐스팅이 이뤄진 건 한국영화 사상 처음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터.스타배우를 캐스팅해야만 안심하고 카메라를 돌리는 충무로의 경직된 관행에 김 할머니와 ‘집으로…’는 보란듯 일침을 날리고 있는 셈이다.

영화의 흥행여부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순제작비 15억원도 채 못 건져 득의양양하던 감독의 어깻죽지가 축 처질 수도 있을 거다.하지만 한가지만은 분명하다.새로움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과 시도.그것만이 ‘오∼래가는’ 영화의 진짜힘이라는 사실이다.

황수정기자
2002-03-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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