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인생 별난 세상] ‘고희 부도옹’ 이희재씨

[괴짜 인생 별난 세상] ‘고희 부도옹’ 이희재씨

이동구 기자 기자
입력 2002-03-11 00:00
수정 2002-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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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에는 평양의 대동강과 중국의 양쯔강을 정복하겠습니다.” 수영으로 국내외의 이름난 강과 해협 횡단에 도전하는 별난 인생이 있다.그것도 장애의 몸에 고희(古稀)의 나이여서 주위의 관심을 더한다.

주인공은 이희재(李熙在·70·서울 성동구 성수1가1동)할아버지.지난 겨우내 올림픽공원 수영장에서 살다시피 했다.올 여름 ‘대동강과 양쯔강(揚子江)정복’이라는 인생의새 목표가 섰기 때문이다.

훈련량은 젊은 수영선수를 뺨칠 정도다.오전에는 ‘몸 만들기’에 주력하고 오후에는 수영장에서 무려 3∼4시간씩물살을 가른다.하루 5∼6㎞를 헤엄치는 셈이어서 젊은이들을 무색케 하고 있다.

그가 초등학교 3학년 때 허리를 다친 후 평생을 불편함속에서 살아온 5급 척추장애인(곱사등이)임을 감안하면 ‘슈퍼맨’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키 155㎝,몸무게 55㎏의 왜소한 체구를 알고 있는 주위 사람들은 할아버지의 도전을 ‘무모한 과욕’으로여긴다.

이같은 반응은 그의 수영 실력을 간과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그는 한때 자유형 200m와 평형 50·100m의 아마추어기록 보유자였다.또 지난해 여름(8월12일)에는 한강을 헤엄쳐 건너기도 했다.젊은이도 버거운 잠실 선착장∼동작대교간 11.3㎞를 고희를 목전에 둔 이희재 할아버지가 건넌것.

이후 자신감을 얻은 이씨는 대동강과 양쯔강 횡단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졌다.올해 만 70세 생일을 대동강 변에서맞고 싶어서다.

이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그는 현재 스폰서를 찾아 백방으로 뛰고 있다.북한에서의 행사 진행 문제와 3억원 가량소요되는 경비 뒷받침 등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씨의 수영을 지도하고 있는 박문화(朴文和·48)씨는 “한 방송국과 도버해협 횡단 방영을 기획했으나 IMF로 취소된 적이 있다.”며 “대동강이나 양쯔강 횡단 계획도 조만간 구체화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 수영은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수단’이라기보다는 ‘행복’ 그 자체다.14년 전 수영을처음 시작했을 때 초심도 그저 수영이 좋아서 였다.

“물 속에서 헤엄칠 때면 잡념이 사라지고 온몸에 힘이솟아 행복하기만 하다.”고 할아버지는 말한다.

성격 또한 밝아 수영장의 모든 사람들과 나이를 초월해친구가 된다.자연히 젊은 사람들과도 자주 어울리게 되면서 ‘젊은 오빠’로 통하게 됐다.

이렇다 보니 5살 아래인 아내 최용분(崔龍分·65)할머니는 “나보다 젊어 보여 좋겠다.”며 빈정거리지만 속내는남편이 자랑스럽다.

이씨는 “또래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면 고리타분함을느낀다.”면서 경로당이나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보다는 젊은이들이 즐겨찾는 수영장이 더욱 좋다고 한다.

70세에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며 물살 헤치기에 여념없는이희재 할아버지의 삶이 별스러워 보이기보다는 너무 행복해 보인다.

이동구기자 yidonggu@
2002-03-1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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