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번롱

[씨줄날줄] 번롱

강석진 기자 기자
입력 2002-03-02 00:00
수정 2002-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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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롱(번弄)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리저리 마음대로 놀린다.’는 뜻이다.최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인 김운용 대한체육회장의 행보를 보면 체육계가 그에게 번롱당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김 회장은 지난달 28일 대한체육회 정기 대의원총회 도중갑자기 체육회장과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하고 회의장을 떠났다.바로 뒤 이어 대의원들은 만장일치로 사임 철회 요구를 결의했다.그러자 10여분뒤 총회장에 입장한 김 회장은 “대의원들의 뜻을 알겠다.

”고만 말하고 총회장을 떠났다.기자들이 사퇴냐 아니냐를묻는데도 확답을 피한 채 차에 올랐다.이 때문에 체육계에서는 사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석과 사퇴의사 번복을 점치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태권도를 국제적인 스포츠로 발돋움시키고,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끌어올린 공로를 생각할 때,갈팡질팡하는 그의 최근 행보는 안타깝기 그지없다.김 회장은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판정시비로 선수단이 끓고 있을 때‘성공적인 올림픽’ 운운하는 발언으로 분위기를 뒤집어버렸다.

지난해 9월에는 태권도협회의 인사파동, 국가대표 선발전판정시비,기타 비리 등을 이유로 개혁 인사들로부터 태권도협회장과 국기원장직에서 물러나라는 요구가 제기됐다.그러자 한달 가까이 지난 10월22일 기자회견을 갖고 ‘인사에문제 없다.’고 강변하더니 10월29일 태권도협회 이사회가난장판이 되자 아무 말 없이 회의장을 빠져나가 이사회를무산시켰다.며칠 관망하다가 31일에야 협회장 사퇴 의사를표명했다.국기원장직 사퇴는 그 보름 뒤였다.

부산아시안게임조직위의 파행운영에서도 그는 늘 중심에있었다.1999년 11월 조직위가 시끄러워지자 사의를 표명했다가 재추대를 받자 취임을 수락했다.지난해에도 한 차례파문을 일으켰다.집행위원회에서 자신을 비난하는 발언이나오자 험한 말을 입에 올린 뒤 사회를 거부해 집행위 기능을 한동안 마비시키기도 했다.

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검은 그림자와 파행과 번롱을거듭하는 행보로 체육계의 근심은 깊어가고 있다.이렇게 된것은 그가 너무 오랫동안, 많은 자리를차지한 채, 황제적지배체제를 구축한 때문이다.체육계가 발전해 나가기 위해그가 이바지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은 미련을 버리는 것이다.

[강석진 논설위원 sckang@
2002-03-0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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