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집 ‘나무’출간…섬진강 시인의 천진한 언어들

새 시집 ‘나무’출간…섬진강 시인의 천진한 언어들

입력 2002-02-28 00:00
수정 2002-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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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시인’ 김용택(54)씨가 ‘그 여자네 집’(1998년) 이후 4년만에 새 시집 ‘나무’(창작과 비평사 펴냄)를 냈다.

4년이란 세월에 시인은 변했을까.5년을 붙박이로 교편을 잡아온 전북 임실군 운암면 운암초등학교 마암분교를 떠나,새학기부터 인근 덕치면의 덕치초등학교로 전근가는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다.

8번째인 새 시집에도 여전히 꾸밀 줄 모르는 순진한 그만의 언어들로 가득차 있다.모두 25편이 실린 이번 작품의 특징은 몇 쪽씩 이어지는 산문시들이 자주 눈에 띈다는 점이다.

방학을 맞아 찾아간 홀어머니의 시골집에서 방 구들을 벗삼아 써내린 시어들은 ‘세한도’라는 제목으로 엮였다.장장 13쪽 짜리다.

문학평론가 남진우씨의 평문처럼 그의 색깔이 가장 잘 드러나는 때는 역시 천진한 언어로 농촌공동체의 훼손되지 않은삶을 그리는 대목들에서다.포크레인에 찍혀 앞산 소나무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면 시인의 속은 꺼멓게 탔다.‘너거들정말 그렇게 아무 곳이나 올라가 파고,뒤집고,자르고,산을부술래 이 염병 삼년에 땀도 못 나고뒈질 놈들아.’(‘세한도’에서) 그렇다고 섬진강 시인이 봄내 풀풀 피어나는 강변의 서정을 전해주지 않을 리도 없다.‘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서 있었지/봄이었어/나,그 나무에 기대앉아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나무’에서) 유년의 속살같은 추억담도 고집스레 붙들고 있는 소재다.‘어머니는 동이 가득 남실거리는 물동이를 이고 서서 나를 불렀습니다/…용태가아,밥 안 묵을래/저 건너 강기슭에 산그늘이 막 닿고 있었습니다’(‘이 소 받아라’에서) 이내가 깔리는 시골마을의 해질녘,금방이라도 밥짓는 냄새가 코끝에 훅 끼쳐올 것만 같다.

황수정기자 sjh@
2002-02-2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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