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박쥐 공무원

[오늘의 눈] 박쥐 공무원

임송학 기자 기자
입력 2002-02-22 00:00
수정 2002-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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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자치로 직업공무원제는 오히려 위기를 맞았습니다.

다는 아니지만 요즘 공직사회는 단체장의 시녀집단으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단체장의 인사권 전횡이심합니다.” 차기 단체장 유력인사들을 겨냥한 공무원들의 줄서기 현상을 얘기하던 전북도청 한 간부가 털어놓은 한탄이다.

그는 6월 선거를 앞둔 공무원들의 ‘줄서기’가 대학입시때의 ‘눈치작전’을 방불케 할 만큼 심각하다며 흔들리는공직사회를 걱정했다. 비록 일부에 국한되고 정도의 차이도 있지만 낮에는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밤이면 선거운동원으로 둔갑하는 ‘박쥐공무원’이 늘고 있는 것은 전국 모든 자치단체들의 공통된 현상이다.

그에 따라 출마 희망자가 많고 판세가 불명확한 지역의경우 공무원들이 지연·학연·혈연으로 사분오열되고 있다.이들에게는 자치의 실제 주인인 주민은 안중에 없고 장차인사권의 칼자루를 쥐게 될 차기 단체장만 보일 뿐이다.

전북의 모지역에서는 군청 공무원들이 밤에 특정 정당 사무실에서 각종 사무를 지원할 정도다.

‘박쥐공무원’들은특정 후보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대신좋은 보직과 승진을 보장받는다. 은밀히 선거자금을 대주기도 하고 가족과 친인척을 동원해 표를 몰아주기도 한다.

심지어 상대 후보를 헐뜯는 흑색선전을 앞장서 퍼뜨리고공직 내부의 비밀을 제공하는가 하면 그것도 모자라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복수로 미는 ‘분산투자’도 서슴지않는다.

최근 들어서는 선거때 자금을 대줘야 약발이 받는다며 ‘선투’를 하는 공무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이같이 일부 공무원들의 줄서기 폐해가 심각하자 마침내 공직사회 내부에서마저 감시활동이 시작됐다.전북도청 공직자협의회는 21일 자체 감시활동을 공식 선언했다.

“공무원의 줄서기는 단체장의 내사람 챙기기가 주된 원인입니다.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볼 수도 있지요.” 한 공무원의 이 말처럼 한 쪽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공무원이 ‘박쥐’ 행각을 자청하고 다른 쪽에서는 동료 공무원이 감시의 눈을 번뜩여야 하는 상반된 모습에서 우리나라 자치행정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지울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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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송학 전국팀 기자 shlim@
2002-02-2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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