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 퇴원’ 살인방조죄

‘중환자 퇴원’ 살인방조죄

입력 2002-02-15 00:00
수정 2002-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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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할 수 있는 환자를 가족들의 요구에 따라 퇴원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에게 살인방조죄가 적용돼 2심에서도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李鍾贊)는 14일 가족의 요구로 환자를 퇴원시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서울 B병원 신경외과전문의 양모 피고인과 당시 레지던트 김모 피고인에게 살인방조죄를 적용,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의사가 치료나 입·퇴원에 있어서 환자나 보호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게 현실이라고 할지라도 환자의 생명을 포기한 행위는 법적 처벌 대상임을 확인한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치료비가 없다며 남편의 퇴원을 강력히 요구한 이모 피고인에게는 원심대로 살인죄를 적용,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양 피고인의 지시로 인공호흡기를 떼내 김씨를 숨지게 한 인턴 강모 피고인에게도 원심대로무죄를 선고했다.

[판결 이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치료 중단의 의사를 가지고 환자를 퇴원시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살인의 고의성이 있었다거나 적극적으로살인에 가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보호자의 요청을 받아들여 결과적으로살인의 실행을 도와준 ‘방조자’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생존 가능성이 있는 환자의 치료를 중단한 행위에 대해서는 윤리적 책임뿐 아니라 법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죽음에 직면한 환자에 대한 치료를 중지하거나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하는 등 인간의 생명과직결되는 치료행위의 중지는 ‘소극적 안락사’ 등에 있어극히 제한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의료계 반응] 피고인들의 무죄를 주장해 왔던 의료계는 현실을 외면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대한의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환자의 회생 가능성에 대한 의학적 판단은 사법부의 판단과 괴리가 있다.”면서 “생존 가능성이 불투명한 환자에대해 보호자가 환자의 의사를 대신한 경우 이에 동의한 의사들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이 옳은 일이냐.”고 반박했다.

이동미기자 eyes@
2002-02-1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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