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균형잃은 美國의 발언

[대한광장] 균형잃은 美國의 발언

이장희 기자 기자
입력 2002-02-07 00:00
수정 2002-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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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최근 잇단 강경발언을 두고억측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오는 19일 방한을 앞두고 강도를 더하는 느낌이다.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28일에도2002년은 ‘전쟁의 해’가 될 것이라고 언명하면서 ‘깡패국가’에 이란, 이라크, 북한을 포함시켜 한국민을 불안케했다. 그리고 지난 주 연두교서에서 악의 축으로 이들 3개국을 규정했고 이라크에 대한 무력공격을 감행하였다.

미국에서는 미국민의 77%가 대 이라크의 테러 관련 목표물에 대한 군사행동지지,84%가 내년도 국토방위비 증액을지지했다.부시 대통령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형국이다.

지금 미국의 최고지도자와 미국인은 아프간 테러전쟁 승리이후 국수주의에 심취하여 합리적 이성과 국제협력과 평화유지라는 보편적 선에서 균형을 잃고 있는 것 같다.

정말 안타깝다. 며칠 전 토머스 허바드 주한 미국대사도한 조찬연설에서 미국은 “무조건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있다.”고 대북 포용정책 지지를 강조했다.그러면서 북한의 대량살상 무기의 생산 및 수출중단과 비무장지대에서의재래식무기 철수를 강하게 주장하는 모순을 보였다. 무조건 대화를,전제조건 없이 언제 어디서나 대화하는 것으로이해한다면 대화도 시작하기 전에 상대방에게 명백한 사전조건을 제시하는 것이 진정으로 대화에 목적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물론 반인륜적인 범죄인 테러리즘에 대해 단호히 응징하겠다는 미국의 정책에는 추호도 반대하지 않는다.그리고북한이 지금까지 핵·미사일문제 등과 관련해 미북관계나남북관계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보여온 행태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그러나 우리는 미국의 테러리즘 응징조치나 대북관계에 대한 미국의 발언수위도 국제 규범이나 예양에 합당해야 한다고 본다.그래야 미국의 진정한 선의가국제사회와 테러리즘 해당국가 및 그 비호국가들에 법적·도덕적으로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9·11테러 사태 이후 미국의 일련의 테러 관련 대응조치는 UN헌장과 국제규범,그리고 국제예양에서 너무 벗어나 보복전쟁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다.미국이 진정으로 테러리즘을 응징하고 국제평화 질서를 바로 세우려는선의를 제대로 실현하려면 일관성을 유지하고 그 절차의 합법성도 갖추어야 한다.UN과 국제법을 무시한 미국의저돌적이고 일시적인 조치가 국내적으로는 국민들에게 정신적인 카타르시스를 주고 미국 군수재벌의 경제적 이익과다가오는 중간선거라는 정치적 목적에는 도움을 주었을 수도 있다.하지만 적어도 세계 지도국가로서 미국이 보여준그동안의 조치는 국제사회의 보편주의와 미국 국내의 특수성을 적절하게 조화하려는 균형감각을 잃고 있다.

미국은 UN과 국제법의 테두리 내에서 얼마든지 그 대응조치를 마련할 수가 있다.UN 안보리에서 아프간 조치와 테러리즘 문제를 지속적으로 상정하여 국제적 협력규범 기반을닦을 수 있다. 심지어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무력공격은미국 국제법학자조차도 헌장 제51조에 의한 자위권행사로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터이다.테러사태의 아픔을 넘어 그 근본 원인을 성찰하고,UN 총회나 안보리를 통해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해 국제 보편적 테러리즘 협약체결을 충실하게 강구하는 것이 미국의 책임있는자세라고 본다.

그리고 9·11테러 사태 이후 북한의 ‘테러자금조달 억제에 관한 국제협약’ 가입을 비롯한 테러리즘 억제를 위한일련의 협력조치도 인정해야 한다.미국은 그동안 미국지도자들의 무모한 대북발언 때문에 6·15남북공동선언 이후어렵게 쌓아 온 남북간의 신뢰기반이 근본적으로 흔들린점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10개월이나 소강상태에빠진 남북관계가 겨우 기지개를 켜는 이 시점에 미국의 대북 강경발언이 남북관계를 또다시 냉각시키는 경우 한반도의 누구도 우방국으로서 미국의 선의를 믿을 사람이 있겠는가.한국전쟁시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먼거리를 마다하지않고 한반도에서 피를 흘려 주었던 우방국으로서의 미국의선의가 한국민들에게 결코 왜곡되게 전해지기 않기를 충심으로 희망한다.

이장희 한국외대 법과대학장 평화통일 시민연대 공동대표
2002-02-0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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