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영 트렌드] (5)무차입경영 모범 4대 기업

[신경영 트렌드] (5)무차입경영 모범 4대 기업

강충식 기자 기자
입력 2002-02-04 00:00
수정 2002-02-04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부채율 0%' 신화 아니다. 빚이 없는 알짜 기업,작지만 이익을 많이 남기는 기업….

기업들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존재한다.그러나 최근 한국은행의 조사결과에서 나타났듯 국내 1078개 상장 제조업체 중 36.3%는 영업이익으로 이자 조차 갚지 못하고 있다.매출 부진도 원인이지만 방만한 차입 경영에 따른 이자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기업들은 IMF를 겪으면서 부채비율과 무차입경영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외형 부풀리기보다는 적지만짭짤한 이득을 남기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벌어들인 한도 내에서만 투자=남양유업은 지난 64년 창업 이래 아직까지 사옥 하나 없다.서울 남대문 한 빌딩에30년 이상 세들어 살고 있다.사옥을 살 돈이 있으면 차라리 연구개발에 투자하겠다는 것이 경영진의 고집이다.

남양유업은 98년 다른 기업들이 자금난으로 휘청거릴 때오히려 180억원의 차입금을 갚아버린 뒤 무차입 경영을 선언했다.남양유업이 자금난에 시달리지 않았던 것은 번 만큼 투자한다는 원칙 때문이다.문어발식 확장을 하지 않고유가공품에만 전력을 다한 결과이기도 하다.

제품의 경쟁력과 수익성도 무차입 경영구조에서 비롯된다.금융비용이 없다보니 경쟁업체보다 좋은 품질의 재료를비싼 가격에 사용하고도 경쟁업체 제품가격에 맞출 수 있다.당연히 소비자는 같은 가격에 고품질의 제품을 찾게 되고 수익은 비례해서 늘게 된다는 설명이다.

▲작지만 부채없이 빛나는 회사=한국도자기는 약속 날짜하루전에 현금으로 결제를 해주는 기업으로 유명하다.이같은 기업경영은 60년대 중반 회사가 겪은 자금난 때문이다.

당시 한국도자기는 매출의 40%를 이자로 내야 할 정도로부채로 골머리를 앓았다.그러다 70년대 초 모든 사채를 갚은 뒤로는 100%의 부채비율을 유지해 오고 있다.97년부터는 차입금을 모두 갚아 부채 비율이 0%다.

무차입의 원칙아래 사옥을 지어 완공에만 6년이 걸렸다.

매출도 99년 680억원,2000년 730억원,2001년 770억원을 올리는 등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는 먼나라 이야기=신도리코는 99년 말부터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다.60년대부터 핵심사업만 집중 육성했기 때문에 과도한 차입은 필요없었다.자산규모가 3900억원에 달하는 신도리코의 현금 자산은 1500억원대에 이른다.사무용기기 업계가 침체에 빠진 2000년과 지난해 각각3000억원, 4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도 현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연구개발에 매진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순간에는 과감한 투자도 병행했다.94년 세계 세번째 OPC드럼 개발,99년 서울공장 증·개축,지난해 아산공장 증·개축에 수백억원을 쏟아부었다.물론 사내유보금 한도 내에서다.이런 투자로 신도리코는 올해 7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

▲부채비율 0%에 도전=전해콘덴서 전문제조업체인 삼영전자는 2000년 결산에서 부채비율 30.4%,금융비용 부담률 1.

2%를 나타냈다.무차입까지는 아니지만 근접한 수준이다.또 받는 이자가 주는 이자보다 많아 이자 부담은 없다.유보율이 2800%인 2800억원에 달한다.삼영전자도 철저히 내부자금으로만 투자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강충식기자 chungsik@■남양유업 홍원식 사장 “무분별한 사업다각화 반대”.

‘한 우물 경영.’남양유업 홍원식(洪源植) 사장은 2800억원에 달하는 사내 유보금을 다른 분야에 투자하라는 권유를 자주 받는다.홍 사장의 대답은 한결같다.시설 재투자 및 품질향상 등 주력사업의 경쟁력 강화가 최우선이므로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홍 사장의 경영철학은 지난 99년부터 짓고 있는충남 천안의 제4공장에서 잘 나타난다.홍 사장은 종전의시설을 도입하면 400억원이면 제4공장을 지을 수 있지만 1300억원을 투입했다.무결점 품질관리가 가능한 최첨단 무인가동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다.유가공 사업에 쓰는돈이라면 아끼지 않는다.

홍 사장은 분유캔을 만드는 회사나 사료공장,광고회사를차리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내부 의견에도 꿈쩍하지 않는다.제품 다양화는 추진하되 사업 다각화는 안된다고 잘라 말한다.남양유업이 창사 이래 확장한 분야는 오로지 80여가지로 종류가 늘어난 유가공 제품 뿐이다.

해외사업 진출도 꺼린다.경쟁업체가 중동이나 동남아시아로 진출하고 있지만 남양유업은 오로지 내수에만 치중하고 있다.일부에선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경영이라고 비판하지만 홍 사장은 유가공 분야에서 세계 최고기업이 되기까지는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홍 사장은 지난 98년부터 기본에 충실하라는 뜻이 담긴‘올바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모두가 한 방향을 지향하며 기본·행동·역할·의식이 바로 세워야 한다는 뜻을담았다.이런 의식개혁운동이 직원들의 행동 혁신 뿐 아니라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강충식기자
2002-02-04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