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울한 세모 나누는 기쁨을

[사설] 우울한 세모 나누는 기쁨을

입력 2001-12-27 00:00
수정 2001-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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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이 우울하다.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데 진승현·이용호·윤태식으로 이어지는 게이트 시리즈가 국민의 마음을심란하게 만든 탓이다.여기에다 정치권까지 힘겨루기로 세밑을 어둡게 하고 있다.

올해는 나라 밖 소식도 충격의 연속이었다.세계경제의 침체와 9·11 테러,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주고 받은 자살테러와 응징,최근에는 아르헨티나 국가부도 사태까지 겹쳐 근심을 보태 주었다.남북관계도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 그런가.세밑 인정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보건복지부 산하 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 21일까지 들어온 기부금은 올해 목표액 426억원의 23%인 99억600만원에 그쳤다.그나마 지방의 실적이 36%인 데 비해 서울은 목표액의 5%에그쳤다는 것이다.서울 실적이 이처럼 저조한 것은 예년에비해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하기 때문이라고 한다.고사리 손을 비롯해 개인의 온정에 의존하는 구세군 자선냄비가 올목표액 17억원을 초과한 데 비하면 어려울수록 개인은 인색하지 않은 데 비해 기업이 더 움켜쥔다는 뜻이다.

여러 자료도 세밑을 우울하게 한다.노동부가 발표한 올해실업급여액은 8,030억원.지난해의 4,708억원에 비해 무려 70%나 증가한 것으로 IMF(국제통화기금)사태 직후인 1998년의 7,992억원보다도 많은 액수다.실업급여를 받은 실업자수도 36만2,000여명으로 지난해 30만4,000여명에 비해 19.1%나 증가했다.

경기가 회복기에 들어섰다고 하지만 그 수혜가 살아남은소수에게 돌아가 일자리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소득의불평등 현상을 심화시킨 결과다.통계청 자료가 이를 뒷받침한다.올 3·4분기 도시근로자가구 상위 10%의 월평균 소득이 17.3% 늘어난 데 비해 하위 10%의 소득증가율은 8.8%에그쳐 둘 사이의 소득격차가 8.47배에서 9.13배로 벌어진 것이다.

이같은 소득의 불균형 현상은 결식 청소년과 노인의 증가로 나타난다.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11월말 현재 결식노인과 청소년이 27만명이며 서울에서만 올 겨울방학 점심값을 지원받는 학생이 1만8,138명으로 지난해 대비 44%가증가했다. 이들은 실상 연말연시에만 춥고 배고픈 것이 아니다.그러므로 이제는 ‘반짝 동정’이 아니라 생활화된 나눔이 필요하다.따라서 민간공익재단들이 추진하는 ‘월급의 0.1% 나누기’‘유산 1% 나누기’와 같은 기부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그 나눔은 이웃의 고통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연대의식에서 출발해야 함은 물론이다.당장은 얼어붙은 세밑이 문제다.세모의 쓸쓸함은 풍요 속의 빈곤처럼 더욱 허전하기 때문이다.‘나눔의 정신’을 발휘하자.받아서 고맙고 주어서흐뭇한 ‘나눔의 기쁨’으로 세밑을 녹이자.
2001-12-2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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