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이야기] ‘흥청망청’사라진 도쿄의 세밑

[도쿄 이야기] ‘흥청망청’사라진 도쿄의 세밑

황성기 기자 기자
입력 2001-12-22 00:00
수정 2001-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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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요즘 송년회 철이다.한창 때이건만 거품경제가 절정이던 80년대 같았으면 취객들로 흥청거렸을 일본 최대의 유흥가 긴자(銀座)나 신주쿠(新宿)의밤은 그리 떠들썩하지 않다.

평소 줄줄이 늘어서 있던 택시를 금요일 저녁 만큼은 잡기 힘들어진 점 만이 시즌임을 느끼게 할 뿐 피부에 와닿는세밑 분위기는 썰렁하기 그지없다.

많은 일본인들은 “옛날이 좋았지”라며 과거의 화려했던송년회를 그리워하곤 한다.1차는 요정이나 음식점,2차는 클럽(일본식 룸살롱)에서 코가 비뚤어질 정도로 마시고 택시로 집에 돌아가는 송년회 코스는 요즘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중견기업 T사의 A씨(39)는 이달 들어 딱 1차례 송년회를가졌다고 했다.그것도 가까운 친구 5명이 각자 5,000엔가량 거둬 1차에서 끝내고 집으로 돌아갔다.

소속 부서의 송년회도 예정돼 있으나 1인당 4,000∼5,000엔씩 추렴해 회사 근처에서 간단히 치르고 끝날 것이라고했다.그 흔한 노래방도 올해에는 아마 가지 않을 것 같다고 A씨는 귀뜸한다.

세계 굴지의 초일류 기업인소니에 근무하는 S씨(33·여)는 거의 날마다 송년회가 이어진다고 반자랑,반푸념이다.잘 나가는 기업인 소니인 점을 고려한다면 역시 일본 내에서도 회사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송년회 풍경은 과거보다 검소해지고 건전하게 바뀐 것은 분명하다고 샐러리맨들은 입을 모은다.

공무원이 공무원을 접대하는 ‘관관(官官)접대’나 기업이 공무원을 접대하는 ‘민관(民官)접대’도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이처럼 송년회 풍습이 바뀐 데는 공무원의 잇단 오직(汚職)사건으로 접대문화가 줄어든 영향도 있으나 역시 오랜 불황이 가장 큰 이유다.그래서 세밑의 도쿄에서는 ‘가정 회귀’라는 키워드가 새롭게 등장했다.

호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탓이긴 해도 가족들로 봐서는 좀처럼 얼굴을 보기 힘들었던 가장의 연말연시 가정 회귀는반갑지 않을 수 없다.신정 연휴에 줄을 잇던 해외여행도 미 테러참사 여파로 크게 줄었다.

A씨도 예외가 아니어서 신정 연휴에는 조용히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호주머니는 비록 가벼워도 가족애를 새삼 확인할수 있는 가정 회귀를 그는 올해 경험하고 있다.

황성기 특파원 marry01@
2001-12-2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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