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Life & Culture] 서울시 화장실수준 향상반

[공무원 Life & Culture] 서울시 화장실수준 향상반

조승진 기자 기자
입력 2001-12-11 00:00
수정 2001-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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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환경관리실의 백무경(白武景·53)서기관은 하루를 ‘화장실’ 생각으로 보낸다.똑 같은 사무실의 직원 20여명도 같은 사정이다.

‘혹시 속이 거북해서…’라고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그건 아니다.

백 서기관은 시가 월드컵을 앞두고 화장실문화 개선을 위해 2년전 태스크포스팀으로 발족한 ‘화장실수준향상반’의 책임자인 ‘반장’.같은 사무실의 20여명은 그의 부하직원들이다.

어떤 이들은 ‘그런 일을 하는 공무원도 있느냐’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 엄청나게 달라진공중 화장실은 바로 이들의 노력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공중 화장실의 시설 수준을 높이는 일에서부터 공공기관이나 대형건물 화장실의 개방 유도,시민들의 의식수준 향상 등 화장실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당하고있다.

팀 발족 초기에는 가장 큰 일이 대형 건물이나 음식점 등의 화장실을 일반에 개방하도록 건물주에게 협조를 구하는 것이었다.당근 성격의 ‘인센티브’도 내놓았다.화장실을 개선하는 음식점에는 저리의 융자금을 지원하고 개방된화장실에는 관리비조로 매월 일정액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하지만 초기에는 별로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말로는 개방을 약속한 건물주들도 정작 건물 앞에 화장실 개방을 알리는 안내판을 세우겠다고 하면 손사래를 치며 뒤로 나자빠지기 일쑤였어요.지저분한 화장실 때문에근사한 건물 이미지가 훼손된다는 것이 이유였죠.” 백 서기관은 초기에는 화장실 개방을 위해 대부분 삼고초려를 해야 했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끈질긴 설득과 요청으로 현재는 시내 고궁 등 유적이 많은 4대문 안쪽에만도 화장실을 개방한 건물이 200곳이나 된다.

이 화장실들에 대해서는 2인1조로 구성된 추진반 직원 12명이 매일같이 직접 찾아다니며 세심하게 실태점검을 한다.

주요 체크 리스트는 ▲화장실 안내표지판 부착 ▲관리인지정 및 관리대장 비치 ▲화장지와 비누·수건 등 비치 ▲냄새 ▲조명상태 등 10가지가 넘는다.장애인용·유아용화장실을 설치하거나 방향제를 비치하면 가점도 준다.

점검에서 100점 이하를 받은 화장실에는 경고성 의미의‘옐로 카드’를 발급하고 시정되지 않으면 순차적으로 ‘오렌지 카드’와 ‘레드 카드’를 발급하는 ‘삼진아웃제’를 시행중이다.‘레드 카드’를 받은 화장실은 언론에공개되고 자치구에도 통보돼 건물주가 불이익을 받게 된다.

반면 120점 이상을 받은 우수 화장실에는 ‘블루 카드’를 발급해 준다.현재까지 10여곳의 화장실이 블루 카드를받은 상태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화장실 관련 업무가 생소한 탓에실태조사나 평가 과정에서 적지 않은 ‘해프닝’도 생겼다.우선 추진반에 점검업무를 담당하는 여직원이 없어 여자화장실까지도 남자 직원들이 평가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컸다.지금이야 많이 달라졌지만 초기에는 무슨 남자들이여자 화장실을 기웃거리느냐며 쫓겨나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공직에 입문한 지난해 초부터 계속 추진반에서 화장실 평가 업무를 맡아온 윤한성씨(31)는 “친구나 가족들로부터‘수백대 일의 경쟁을 뚫고 공무원이 됐는데 고작 하는 일이 그 정도냐’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면서 “하지만 국가 대사인 월드컵을 앞두고 서울에 대한 외국인들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중요한 일인 만큼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진반 일을 맡기 직전까지 시 노숙자대책반 책임자로 일해온 백 서기관은 “지금 하는 일이 빛이 덜 나고 다소 궂은일이기는 하지만 ‘화장실이 정말 좋아졌다’는 얘기를들을 때마다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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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진기자 redtrain@
2001-12-1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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