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화랑세기 진위론

[씨줄날줄] 화랑세기 진위론

이용원 기자 기자
입력 2001-11-22 00:00
수정 2001-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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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고대사 부문에 던져진 두 가지 핵폭탄이 풍납토성과 ‘화랑세기’(花郞世記)다.둘 다 한국 고대사의 지형을 완전히 바꿀 만큼 막중한 의미를 지녔으면서도 기존 학계로부터 철저히 거부당한다는 점에서 공통운명에 놓여 있다.이가운데 풍납토성은,지난 7월 발표된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제1차 발굴보고서에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화랑세기’는 아직 진위논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기 700년 무렵 신라사람 김대문이 지은 것으로 기록된 ‘화랑세기’는 1989년 이후 두 종류의 필사본 형태로 등장했다.일제강점기 일본 왕실도서관에서 촉탁으로 일한 고 박창화란 분이 원본을 옮겨 적은 것이라고 한다.그러나 필사본은 출현 후 사학계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위서로 판정한 사학자들은 ‘화랑세기’에 실린 신라사회 풍속도가 여태껏 알려진 것과는 너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컨대 화랑집단 내부에서 하급자가 부인을 왕이나 풍월주(우두머리)에게 보내 성관계를 맺게 하는 마복자(摩腹子)제도만 해도 정상적인 국가사회에서는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근친혼,여성이 여러 남성을 거느린다는 서술 등도 시대상황에 어긋난다는 것이다.이들은 필사자인 박씨가 직접 창작했거나,그가 본 원본 자체가 위작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진짜’임을 믿는 학자들의 시각은 다르다.‘문란한 성관계’란 현대적인 윤리관에서 그 시대를 보는 것일 뿐이라고 강변한다.마복자 제도만 해도 신라만의 것이 아니라북방 유목민족 사이에서 통용됐음을 근거를 들어 제시한다.

아울러 ‘삼국사기’‘삼국유사’ 등에 나온 모호하거나 틀린 기록이 ‘화랑세기’에는 정확히 나와 있다는 점도 증거로 든다.

사학계 논쟁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인접 학문분야에서진본임을 인정하는 학설들이 잇따르고 있다.1999년 한 국문과 교수가 ‘화랑세기’에 실린 향가를 분석,20세기 초에 이를 조작할 수는 없다고 단정했다.그러더니 며칠 전에는 이영훈 성균관대 교수가 필사본에 나오는 ‘노’(奴)와 ‘비’(婢)의 개념을 경제학적 측면에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의 ‘노’와 ‘비’는 노예 신분이 아니라 지배층 내부에서 윗사람을 모시는 아랫사람이란 뜻이라는 것이다.결국위조된 개념은 아니라는 의미다.그동안 사학계의 논쟁은 다분히 감성적이었다.이제야말로 합리적 분석을 토대로 본격적인 진위 구분에 나서야 할 때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2001-11-2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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