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들이 일본을 가장 만만하게 본다고 하지만 선진국인 일본이 우리보다 나은 게 어디 한 두가지일까.최근 일본의 방사성 폐기물 매설센터를 둘러보면서 일본이 한국보다집단이기주의와 감정적인 대응이 적다는 것도 장점이라는생각을 하게 됐다.
일본 전기사업연합회는 지난 1984년 7월 혼슈(本州) 최북단인 아오모리(靑森)현의 로카쇼무라(村)에 방사성 폐기물매설센터를 설치하는 계획에 동의해줄 것을 요청했다.로카쇼무라 주민들은 9개월간 국내외 폐기물 시설 견학과 전문가 강연 등을 통해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이에 따라 원자력발전소에 근무한 직원의 작업복 등에 오염됐을 수도 있는 저 준위(準位·수준) 폐기물 매설센터 공사가 1990년에 시작돼 2년 뒤부터 가동에 들어갔다.1991년에 실시된아오모리현 지사 및 의회,로카쇼무라 의회선거에서 방사성폐기물 매설센터 설치에 반대한 후보는 모두 낙선했다고 한다.
방사성 폐기물 매설센터가 들어선 게 로카쇼무라 경제에활력소가 되고 있다.한국도 그렇지만 일본도 이농(離農)현상은 심각하다.로카쇼무라 주민은 1960년에는 1만3,523명이나 됐지만 그 뒤로 줄기 시작했다.하지만 지난 1995년부터는 증가세로 돌아서 최근 5년간 8%가 늘었다.방사성 폐기물매설센터가 들어서자 고용이 늘어 굳이 고향을 떠날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이다.로카쇼무라 유권자의 약 20%가 폐기물 처리시설 유치에 따라 일자리를 얻었다고 한다.
또 일본의 전원(電源)3법에 의해 조성된 기금중 로카쇼무라에만 약 230억엔이 지원됐다.일자리가 늘면서 주민들의소득 증가세도 뚜렷하다.1980년에는 로카쇼무라의 1인당 소득은 아오모리현 평균의 73%에 불과했지만 1998년에는 아오모리현 평균보다 13%나 더 많다.
하지만 우리의 모습은 일본과는 매우 대조적이다.정부는 1986년부터 10년간 5차례에 걸쳐 폐기물 처리를 위한 부지확보를 시도했으나 허사였다.주민들의 반대에다 일부 환경단체들의 저항 탓이다.지난해 4월부터는 바다를 접한 46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유치공모를 추진했지만 실패했다.주민들의 반응은 좋아지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의 태도에는 거의 변함이 없는 게 중요한 요인이다.일부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한 무조건적인 반대나 왜곡선전에 따른주민들의 막연한 불안감도 없지 않다고 한다.
우리 정부도 폐기물 처리 시설을 유치하는 지역에는 3,000억원 이상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지만 부지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한국은 세계 10대 원자력 발전국 중 유일하게 폐기물 처리를 위한 부지조차 확보하지못하고 있다.
선뜻 부지를 내주지 않는 주민들에게 서운한 감정만 가질일도 아니다.그동안 말을 잘 뒤집고 일관성이 없던 정부의정책이 얼마나 많았나.그런 점에서 신뢰가 떨어진 정부의업보(業報)라는 생각도 든다.정부가 “폐기물 매설센터가들어서도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도,곧이곧대로 듣기에는 아무래도 꺼림칙한 게 남기 때문이다.
하시모토 하타시 로카쇼 촌장은 “주민들이 방사성 폐기물매설센터가 들어서는 것은 지역의 산업진흥대책이라는 점을이해했다”며 “국민들이 이용한 원자력에서 나온 폐기물도처리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와 관련한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차이는 지도층의 의식에서 찾을 수 있다.일본의 경우 현의 지사와 촌의 의원을 비롯한 지도층 인사들이 주민들을 설득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한국의 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지방의원들은 대부분 소극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무사안일과 책임회피에만 관심이 있는 게 선출직을 포함한한국의 고위공직자의 모습이라면 지나친 것일까. 해서는 안될 일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마땅히 해야할 일을 하지 않는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일본 아오모리에서 곽태헌 논설위원 tiger@
일본 전기사업연합회는 지난 1984년 7월 혼슈(本州) 최북단인 아오모리(靑森)현의 로카쇼무라(村)에 방사성 폐기물매설센터를 설치하는 계획에 동의해줄 것을 요청했다.로카쇼무라 주민들은 9개월간 국내외 폐기물 시설 견학과 전문가 강연 등을 통해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이에 따라 원자력발전소에 근무한 직원의 작업복 등에 오염됐을 수도 있는 저 준위(準位·수준) 폐기물 매설센터 공사가 1990년에 시작돼 2년 뒤부터 가동에 들어갔다.1991년에 실시된아오모리현 지사 및 의회,로카쇼무라 의회선거에서 방사성폐기물 매설센터 설치에 반대한 후보는 모두 낙선했다고 한다.
방사성 폐기물 매설센터가 들어선 게 로카쇼무라 경제에활력소가 되고 있다.한국도 그렇지만 일본도 이농(離農)현상은 심각하다.로카쇼무라 주민은 1960년에는 1만3,523명이나 됐지만 그 뒤로 줄기 시작했다.하지만 지난 1995년부터는 증가세로 돌아서 최근 5년간 8%가 늘었다.방사성 폐기물매설센터가 들어서자 고용이 늘어 굳이 고향을 떠날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이다.로카쇼무라 유권자의 약 20%가 폐기물 처리시설 유치에 따라 일자리를 얻었다고 한다.
또 일본의 전원(電源)3법에 의해 조성된 기금중 로카쇼무라에만 약 230억엔이 지원됐다.일자리가 늘면서 주민들의소득 증가세도 뚜렷하다.1980년에는 로카쇼무라의 1인당 소득은 아오모리현 평균의 73%에 불과했지만 1998년에는 아오모리현 평균보다 13%나 더 많다.
하지만 우리의 모습은 일본과는 매우 대조적이다.정부는 1986년부터 10년간 5차례에 걸쳐 폐기물 처리를 위한 부지확보를 시도했으나 허사였다.주민들의 반대에다 일부 환경단체들의 저항 탓이다.지난해 4월부터는 바다를 접한 46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유치공모를 추진했지만 실패했다.주민들의 반응은 좋아지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의 태도에는 거의 변함이 없는 게 중요한 요인이다.일부 지역이기주의에 편승한 무조건적인 반대나 왜곡선전에 따른주민들의 막연한 불안감도 없지 않다고 한다.
우리 정부도 폐기물 처리 시설을 유치하는 지역에는 3,000억원 이상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지만 부지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한국은 세계 10대 원자력 발전국 중 유일하게 폐기물 처리를 위한 부지조차 확보하지못하고 있다.
선뜻 부지를 내주지 않는 주민들에게 서운한 감정만 가질일도 아니다.그동안 말을 잘 뒤집고 일관성이 없던 정부의정책이 얼마나 많았나.그런 점에서 신뢰가 떨어진 정부의업보(業報)라는 생각도 든다.정부가 “폐기물 매설센터가들어서도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도,곧이곧대로 듣기에는 아무래도 꺼림칙한 게 남기 때문이다.
하시모토 하타시 로카쇼 촌장은 “주민들이 방사성 폐기물매설센터가 들어서는 것은 지역의 산업진흥대책이라는 점을이해했다”며 “국민들이 이용한 원자력에서 나온 폐기물도처리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와 관련한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차이는 지도층의 의식에서 찾을 수 있다.일본의 경우 현의 지사와 촌의 의원을 비롯한 지도층 인사들이 주민들을 설득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한국의 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지방의원들은 대부분 소극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무사안일과 책임회피에만 관심이 있는 게 선출직을 포함한한국의 고위공직자의 모습이라면 지나친 것일까. 해서는 안될 일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마땅히 해야할 일을 하지 않는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일본 아오모리에서 곽태헌 논설위원 tiger@
2001-11-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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