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귀신이 온다

새 영화/ 귀신이 온다

입력 2001-10-26 00:00
수정 2001-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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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끝무렵,일본군에게 점령당한 중국의 시골마을.

한밤중에 순진한 농부 마다산의 집에 괴한들이 쳐들어와불쑥 자루 두개를 디밀고는 사라진다.자루속 일본군 포로와 중국인 통역관을 일본군대에 넘기거나 죽이는 날엔 마을전체가 쑥대밭이 될 거란 협박과 함께.조용하던 마을은 그날부터 초비상이 걸린다.

‘귀신이 온다’(26일 개봉)는 데뷔작 ‘햇빛 쏟아지던 날들’(1994년)로 단숨에 감독역량을 인정받은 지앙 웬(姜文·중국)의 두번째 작품이다.‘붉은 수수밭’에서 공리의 상대역으로 우직하고 질박한 연기를 펼쳤듯,이 영화에서도 그는 비슷한 캐릭터의 주인공 마다산을 맡았다.

영화는 두 불청객을 울며 겨자먹기로 지극정성 보살피는마다산의 주변에 내내 초점을 맞춘다.꼬리를 물고 터지는엉뚱한 상황들은 코미디 드라마 이상이다.일본군이 마다산을 쏴보며 “더러운 중국놈아,차라리 날 죽여라”고 악을쓰면 중국인 통역관이 “살려주세요”라고 능청스레 말을바꿔 전달하는 대목들에서는 박장대소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하지만 감독이 의도한것은 진한 은유로 무장된 블랙코미디다.마다산의 친절에 잔치를 벌여주던 일본군은 느닷없이마을사람들을 몰살해버린다.제목이 빗댄 ‘귀신’의 정체는 일본군이었을까.감독은 이를 넘어 “인간에 내재된 악이선을 누르고 분출될 때의 소름돋는 상황”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영화는 흑백이다.그러나 때가 어느 땐데 흑백영화를 보냐며 코방귀 날리는 이가 있다면 크게 ‘실수’하는 거다.아이러니하게도,순진한 마다산은 패전군으로 몰락한 일본군포로의 손에 죽는다.잘려진 그의 머리가 흙바닥을 굴러 장난처럼 살짝 미소까지 짓는 마지막 장면.죽음의 순간이 축제같이 둔갑됐다.상영시간 2시간14분.



황수정기자
2001-10-2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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